책 소개
"내가 도시를 옮기며 살아야 했던 까닭은 현재의 초라한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경주, 포항, 부산, 서울. 네 도시를 옮겨 다니며 살 수밖에 없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 도망치듯 도시를 떠나고, 또다시 그 도시를 떠나며 겪은 일들과 느낀 점들을 적어 내렸다.
작가 소개 | 이학준 @hakduri
나를 위한 글쓰기와 당신을 위한 글쓰기, 그 경계선을 넘나들고 싶습니다.
수필집<괜찮타, 그쟈>, <그 시절 나는 강물이었다>, <동이 틀 때까지>
목차
1. 경주
들어가며, 급식소, 반 배정, '늑대'라는 탈, 경주, 고해성사, 졸업식
2. 포항
뱃사람들, 차별, 폭력, 전학, 포항, 특반, 이학준 개새끼
3. 부산
무용담 하나 없어도, 춤, 무제, 홍대, 공무원 준비, her, 복수전공, 가자미와 만년필, 부산
4. 서울
이방인, 재인쇄, <괜찮타, 그쟈>, 홍대 운동장, 베스트셀러, 짧은 꿈, 공사장 펜스, 계약 파기, 서울, 바다 한가운데, 도망치며
출판사 서평
이학준은 글은 헛헛하다. 마음에 자국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빈 공간을 만들고 그 사이로 바람이 들게 한다.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묻던 <이별 택시>의 승객처럼, 이제 익숙한 곳으로부터 발길을 돌려 첫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막막함에 손을 내민다. 아무리 정리해도 다시 어질러지는 기억들을 덮고 가느다란 몸통에 매달린 민들레처럼 부는 바람에 새로운 땅을 찾는다.
- 송재은 에디터
책 속으로
경주. 뙤약볕에서 일하는 농부와, 그가 주인인 마지기의 논은 서로를 헤아릴 줄 안다. 그 모습을 빨리 지나치지 않고 멀찌감치 다들 쳐다본다. 나도 그렇게 쳐다보기만을 하고 싶은데, 자꾸 논 주변에 위치한 우리 집이 보이는 것 같아 잘 안 된다. (p. 28)
고등학교로 가기 전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날일 뿐인데, 이곳을 영영 떠나는 거라 실감하니 그토록 싫어했던 내 모습들이 자꾸만 용서가 된다. 또 동시에 경주를 벗어나기로 한 내 선택이 옳았을까도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얼얼한 기분으로 앉아 있다 보니, 나는 결국 교실의 누구와도 인사하지 못했다. (p. 40)
김은지의 친구들, 아니 이제는 내 친구가 된 그 애들로부터 옷차림뿐만이 아니고 머리를 꾸미는 거며 귀 뚫는 것까지 배워서 따라했다. 형이야 이런 내가 못마땅하겠지만 나는 지금 빨리 씻고 나와서 침대로 가고 싶은 맘뿐이다. 어른이 되는 방법들 중에 한 가지를 터득한 마냥 나는 오늘 오전 수업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면서도 춤을 출 것이다. (p. 83)
“학준아. 니도 그냥 공무원 준비해라. 우리 과 나와서는 답 없는 거 알잖아.”
사학과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 멘트일 것이다. 그러는 친구의 팔엔 토익 책만큼이나 두꺼운 경영 혹은 경제학과 전공서적이 들렸다. 나에게 춤을 가르쳐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나보고 공무원을 준비해라니. (p.103)
이토록 정해진 것 없이 자유로운 삶인데, 나는 오르막을 걸으나 내리막을 걸으나 왜 밤하늘이 두 뺨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을까. 오늘도 별이 안 뜨니까 밤하늘은 위치를 잃고 차가운 두 뺨은 애꿎은 밤하늘만 계속 의심한다. (p.111)
그들 중 나와 가장 가까이의 한 분은 공연 대신 고갤 들어 계속 허공을 바라본다. 먹먹한 표정으로, 이곳을 점령한 젊은이들을 피해, 허공에나마 본인들의 젊음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한 곡이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가 일어나더니 허리춤에서 지갑을 꺼내 버스킹 상자로 오만원권 지폐를 넣고 돌아온다. 그로부터 버스킹은 한창동안이나 김광석의 노래였다. (p.120)
하긴, 뭣 하러 한강이 바다로 흘러가 주겠나. 지하철의 사람들은 핸드폰만 만지면서 자고 있고, 어필해 봤자 한 사람도 깨우지 못할 텐데. 오히려 짧은 꿈인 편이 낫다. 짧은 꿈은 자세히 몰라서 달콤하게 취급되니까. (p. 139)
책 소개
"내가 도시를 옮기며 살아야 했던 까닭은 현재의 초라한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경주, 포항, 부산, 서울. 네 도시를 옮겨 다니며 살 수밖에 없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 도망치듯 도시를 떠나고, 또다시 그 도시를 떠나며 겪은 일들과 느낀 점들을 적어 내렸다.
작가 소개 | 이학준 @hakduri
나를 위한 글쓰기와 당신을 위한 글쓰기, 그 경계선을 넘나들고 싶습니다.
수필집<괜찮타, 그쟈>, <그 시절 나는 강물이었다>, <동이 틀 때까지>
목차
1. 경주
들어가며, 급식소, 반 배정, '늑대'라는 탈, 경주, 고해성사, 졸업식
2. 포항
뱃사람들, 차별, 폭력, 전학, 포항, 특반, 이학준 개새끼
3. 부산
무용담 하나 없어도, 춤, 무제, 홍대, 공무원 준비, her, 복수전공, 가자미와 만년필, 부산
4. 서울
이방인, 재인쇄, <괜찮타, 그쟈>, 홍대 운동장, 베스트셀러, 짧은 꿈, 공사장 펜스, 계약 파기, 서울, 바다 한가운데, 도망치며
출판사 서평
이학준은 글은 헛헛하다. 마음에 자국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빈 공간을 만들고 그 사이로 바람이 들게 한다.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묻던 <이별 택시>의 승객처럼, 이제 익숙한 곳으로부터 발길을 돌려 첫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막막함에 손을 내민다. 아무리 정리해도 다시 어질러지는 기억들을 덮고 가느다란 몸통에 매달린 민들레처럼 부는 바람에 새로운 땅을 찾는다.
- 송재은 에디터
책 속으로
경주. 뙤약볕에서 일하는 농부와, 그가 주인인 마지기의 논은 서로를 헤아릴 줄 안다. 그 모습을 빨리 지나치지 않고 멀찌감치 다들 쳐다본다. 나도 그렇게 쳐다보기만을 하고 싶은데, 자꾸 논 주변에 위치한 우리 집이 보이는 것 같아 잘 안 된다. (p. 28)
고등학교로 가기 전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날일 뿐인데, 이곳을 영영 떠나는 거라 실감하니 그토록 싫어했던 내 모습들이 자꾸만 용서가 된다. 또 동시에 경주를 벗어나기로 한 내 선택이 옳았을까도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얼얼한 기분으로 앉아 있다 보니, 나는 결국 교실의 누구와도 인사하지 못했다. (p. 40)
김은지의 친구들, 아니 이제는 내 친구가 된 그 애들로부터 옷차림뿐만이 아니고 머리를 꾸미는 거며 귀 뚫는 것까지 배워서 따라했다. 형이야 이런 내가 못마땅하겠지만 나는 지금 빨리 씻고 나와서 침대로 가고 싶은 맘뿐이다. 어른이 되는 방법들 중에 한 가지를 터득한 마냥 나는 오늘 오전 수업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면서도 춤을 출 것이다. (p. 83)
“학준아. 니도 그냥 공무원 준비해라. 우리 과 나와서는 답 없는 거 알잖아.”
사학과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 멘트일 것이다. 그러는 친구의 팔엔 토익 책만큼이나 두꺼운 경영 혹은 경제학과 전공서적이 들렸다. 나에게 춤을 가르쳐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나보고 공무원을 준비해라니. (p.103)
이토록 정해진 것 없이 자유로운 삶인데, 나는 오르막을 걸으나 내리막을 걸으나 왜 밤하늘이 두 뺨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을까. 오늘도 별이 안 뜨니까 밤하늘은 위치를 잃고 차가운 두 뺨은 애꿎은 밤하늘만 계속 의심한다. (p.111)
그들 중 나와 가장 가까이의 한 분은 공연 대신 고갤 들어 계속 허공을 바라본다. 먹먹한 표정으로, 이곳을 점령한 젊은이들을 피해, 허공에나마 본인들의 젊음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한 곡이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가 일어나더니 허리춤에서 지갑을 꺼내 버스킹 상자로 오만원권 지폐를 넣고 돌아온다. 그로부터 버스킹은 한창동안이나 김광석의 노래였다. (p.120)
하긴, 뭣 하러 한강이 바다로 흘러가 주겠나. 지하철의 사람들은 핸드폰만 만지면서 자고 있고, 어필해 봤자 한 사람도 깨우지 못할 텐데. 오히려 짧은 꿈인 편이 낫다. 짧은 꿈은 자세히 몰라서 달콤하게 취급되니까. (p. 139)
관련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