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미는 이미지들의 결합이고 기억과 시간들의 콜라주였다”
삶에서 길어 올린 순간들을 찻잎으로 그려내는 예술
티 블렌더의 일에 관하여
전작 《차의 기분》에서 차를 마시는 일에 대해 시적인 문장들로 독자들과 만난 바 있는 사루비아 다방의 김인 대표가 이번에는 차를 만드는 일에 대해 내밀하고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오늘도 차를 블렌딩한다. 귤피를 말리고 계피를 자른다. 마른 꽃잎을 꽃송이에서 한 잎씩 딴다. 단지 음료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비틀거리는 뒷모습, 어떤 어깨의 윤곽, 사랑스러운 약점, 찻그릇에 드리운 그늘, 끝내 풀 수 없는 걸작의 비밀, 생의 최초의 냄새, 그가 채집한 모든 고유한 순간들을 찻잎으로 전한다.
그리하여 책을 덮으며 가만히 떠오르는 것은 이제 저자의 기억과 경험이 아닌 바로 나의 기억과 경험, 나의 일, 나의 고유한 순간들이다.
작고 아름다운 직업, 티 블렌더의 기쁨과 슬픔
티 블렌더라니. 이런 직업이 있었던가. 저자는 티 블렌더라는 생소한 직업에 대해 이렇게 쓴다. “세상이 필요한 직업이 아니”며 “갑자기 세상의 모든 티 블렌더가 사라진다”해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무용한 일들의 아름다움을, 예술이 지닌 힘을. 이 책에는 15년 넘게 차 만드는 일을 해온 저자의 오롯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하얀 작업실에 고요히 틀어박혀 붓이 아닌 찻잎으로 향미를 그리는 모습, 음악을 들으며 소재들을 조율하고 지휘하는 모습, 말린 귤피와 빻은 강황으로 시를 쓰는 모습… 이렇듯 삶의 모든 방향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꿰어 차라는 작품으로 풀어내는 그의 일은 예술가의 그것과 꼭 닮은 듯 보인다.
그렇다고 일의 귀하고 아름다운 면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몸에 맞지 않는 홍보 일을 오래 하다 삼십 대 중반에야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으며 방황과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다. 카페가 대세일 때 찻집을 열고, 손님 맞는 일이나 사업가로서 해야 하는 일에 젬병인 그가 좌충우돌하고, 원하는 향미를 그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끝에는 자신의 내면을 따라 자신의 업을 단단히 다져가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작은 감동이 있다.
“향미는 이미지들의 결합이고 기억과 시간들의 콜라주였다”
삶에서 길어 올린 순간들을 찻잎으로 그려내는 예술
티 블렌더의 일에 관하여
전작 《차의 기분》에서 차를 마시는 일에 대해 시적인 문장들로 독자들과 만난 바 있는 사루비아 다방의 김인 대표가 이번에는 차를 만드는 일에 대해 내밀하고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오늘도 차를 블렌딩한다. 귤피를 말리고 계피를 자른다. 마른 꽃잎을 꽃송이에서 한 잎씩 딴다. 단지 음료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비틀거리는 뒷모습, 어떤 어깨의 윤곽, 사랑스러운 약점, 찻그릇에 드리운 그늘, 끝내 풀 수 없는 걸작의 비밀, 생의 최초의 냄새, 그가 채집한 모든 고유한 순간들을 찻잎으로 전한다.
그리하여 책을 덮으며 가만히 떠오르는 것은 이제 저자의 기억과 경험이 아닌 바로 나의 기억과 경험, 나의 일, 나의 고유한 순간들이다.
작고 아름다운 직업, 티 블렌더의 기쁨과 슬픔
티 블렌더라니. 이런 직업이 있었던가. 저자는 티 블렌더라는 생소한 직업에 대해 이렇게 쓴다. “세상이 필요한 직업이 아니”며 “갑자기 세상의 모든 티 블렌더가 사라진다”해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무용한 일들의 아름다움을, 예술이 지닌 힘을. 이 책에는 15년 넘게 차 만드는 일을 해온 저자의 오롯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하얀 작업실에 고요히 틀어박혀 붓이 아닌 찻잎으로 향미를 그리는 모습, 음악을 들으며 소재들을 조율하고 지휘하는 모습, 말린 귤피와 빻은 강황으로 시를 쓰는 모습… 이렇듯 삶의 모든 방향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꿰어 차라는 작품으로 풀어내는 그의 일은 예술가의 그것과 꼭 닮은 듯 보인다.
그렇다고 일의 귀하고 아름다운 면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몸에 맞지 않는 홍보 일을 오래 하다 삼십 대 중반에야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으며 방황과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다. 카페가 대세일 때 찻집을 열고, 손님 맞는 일이나 사업가로서 해야 하는 일에 젬병인 그가 좌충우돌하고, 원하는 향미를 그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끝에는 자신의 내면을 따라 자신의 업을 단단히 다져가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작은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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