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굳게 닫힌 회사의 문 앞과 거리에 버티어 서서, ‘폐업은 답이 없다’는 공고한 인식에 질문을 던지는 여성들이 있었다. 폐업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이 책 <회사가 사라졌다: 폐업•해고에 맞선 여성노동>은 성진씨에스, 신영프레시젼, 레이테크코리아의 여성노동자들이 버티고 선 그 길 위에서, 그들이 던지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좇아간 곳에서, ‘경영혁신’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기업들의 다양한 전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인다며 비용을 줄여 내는 곳에는 항상 여성들이 있었다. “당신들 노동은 천 원짜리야”라고 모욕하며 최저 수준의 임금을 주고, 식대와 연차를 앗아 가다 더 줄여 낼 것이 없으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내쫓았다. 당기순이익이 수백억 원이어도 노동자들에게 줄 돈은 없었다. 회사 밖에는 더 싼 값에 부릴 수 있는 노동력이 많았다. 물론 그 또한 여성이었다. 노동자들이 참다 못해 반발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들면 바로 폐업해 버렸다. 법과 제도가 허술한 틈을 타 사업주들은 폐업의 다양한 방법을 학습해 갔다. 회사의 폐업에 맞선 여성들은 이러한 사장들의 학습을 끊어내고 싶었다.
이 책은 특히 폐업이 특수한 상황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폐업이 특정 위기, 그리고 특정 업종(주로 제조업)에서 벌어지는 불운한 일이라는 선입견이 사람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저자들은 요양보호사, 브랜드 디자인 기획자, 제조업 생산직, 화물회사 사무직, 출판사 편집자 등 다양한 이들의 경험을 통해, 폐업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우리 모두가 경각심과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일임을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에 실린 진주의료원 폐업 이면의 이야기는, 공공병상 부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현 시점에 함께 생각해 볼 유의미한 지점들을 던져 준다.
본문 중에서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청산, 폐업, 부도, 해외 이전, 외주화, 아웃소싱 등. 안타깝게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동시에 구분되지 않은 이름으로 불렸다. 동네 카페나 편의점 사장님이 빚을 이고 셔터를 내리는 일도, 직원 수십 수백 명을 두고 이사회를 구성한 법인격의 회사가 문을 닫는 일도 모두 폐업이라 불렸다. (5쪽)
사라진 회사와 싸우는 여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들어 온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공장
부도로 멱살 잡히는 사장과 ‘토끼 같은 자식’을 둔 가장의 이야기만이 있지 않았다. 대기업의 납품 장난질,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금융투기, 요상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인해 가장 먼저 내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38쪽)
놀라웠다. 이순 씨는 애쓰고 사는 동안 내내 다른 사람의 삶을 책임지고 돌보았다. 그럼에도 ‘엄마’이기 때문에, 강이순이라는 한 사람의 노력과 삶의 성취들은 ‘사적인 것’으로만 여겨졌다. 그가 가족을 ‘먹여 살린 것’은 커리어가 되지 못했다. (81쪽)
책 소개
굳게 닫힌 회사의 문 앞과 거리에 버티어 서서, ‘폐업은 답이 없다’는 공고한 인식에 질문을 던지는 여성들이 있었다. 폐업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이 책 <회사가 사라졌다: 폐업•해고에 맞선 여성노동>은 성진씨에스, 신영프레시젼, 레이테크코리아의 여성노동자들이 버티고 선 그 길 위에서, 그들이 던지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좇아간 곳에서, ‘경영혁신’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기업들의 다양한 전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인다며 비용을 줄여 내는 곳에는 항상 여성들이 있었다. “당신들 노동은 천 원짜리야”라고 모욕하며 최저 수준의 임금을 주고, 식대와 연차를 앗아 가다 더 줄여 낼 것이 없으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내쫓았다. 당기순이익이 수백억 원이어도 노동자들에게 줄 돈은 없었다. 회사 밖에는 더 싼 값에 부릴 수 있는 노동력이 많았다. 물론 그 또한 여성이었다. 노동자들이 참다 못해 반발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들면 바로 폐업해 버렸다. 법과 제도가 허술한 틈을 타 사업주들은 폐업의 다양한 방법을 학습해 갔다. 회사의 폐업에 맞선 여성들은 이러한 사장들의 학습을 끊어내고 싶었다.
이 책은 특히 폐업이 특수한 상황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폐업이 특정 위기, 그리고 특정 업종(주로 제조업)에서 벌어지는 불운한 일이라는 선입견이 사람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저자들은 요양보호사, 브랜드 디자인 기획자, 제조업 생산직, 화물회사 사무직, 출판사 편집자 등 다양한 이들의 경험을 통해, 폐업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우리 모두가 경각심과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일임을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에 실린 진주의료원 폐업 이면의 이야기는, 공공병상 부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현 시점에 함께 생각해 볼 유의미한 지점들을 던져 준다.
본문 중에서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청산, 폐업, 부도, 해외 이전, 외주화, 아웃소싱 등. 안타깝게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동시에 구분되지 않은 이름으로 불렸다. 동네 카페나 편의점 사장님이 빚을 이고 셔터를 내리는 일도, 직원 수십 수백 명을 두고 이사회를 구성한 법인격의 회사가 문을 닫는 일도 모두 폐업이라 불렸다. (5쪽)
사라진 회사와 싸우는 여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들어 온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공장
부도로 멱살 잡히는 사장과 ‘토끼 같은 자식’을 둔 가장의 이야기만이 있지 않았다. 대기업의 납품 장난질,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금융투기, 요상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인해 가장 먼저 내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38쪽)
놀라웠다. 이순 씨는 애쓰고 사는 동안 내내 다른 사람의 삶을 책임지고 돌보았다. 그럼에도 ‘엄마’이기 때문에, 강이순이라는 한 사람의 노력과 삶의 성취들은 ‘사적인 것’으로만 여겨졌다. 그가 가족을 ‘먹여 살린 것’은 커리어가 되지 못했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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