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하루』는 한동안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저자 오수영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부터 2023년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기록해둔 사적인 메모집이다. 하늘길이 닫혔던 그 시절 저자는 본래의 꿈이었던 전업 작가가 되는 일에 전념하기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과 꿈 사이의 균형은 위태로워지고, 자신의 정체성은 불분명해진 탓에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에 사로잡혀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게 된다. 결국 그는 모든 걸 잠시 중단한 채 타인과의 비교로 스스로 불안하고 초라했던 마음을 반추하며 늦게나마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변화를 시작한다.
오수영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쓰고 만듭니다. 사진으로 장면을 포착하듯 찰나의 순간과 마음을 문장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산문집 『사랑의 장면들』 『아무 날의 비행일지』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진부한 에세이』와, 메모집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긴 작별 인사』가 있습니다.
책속의 문장
결국 기댈 수 있는 건 시간의 흐름뿐이었다. 시간은 세정력이 탁월해서 마음의 얼룩을 무심히 지우며 흘러갔다. 그때는 너무 깊숙하고 절실했던 마음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와 조각난 글들을 돌아보니 그토록 마음을 앓을 만한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평범하고 조용한 날들이었으나, 나만 홀로 생각의 우물에 갇혀 유별나게 소란한 날들을 보냈다. P.9
팬데믹으로 서로가 단절되고 고립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처럼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로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였다. 자신을 어루만지는 낯선 고독의 손길이 실은 불안과 공포가 아닌 스스로 건넬 수 있는 최대치의 위안이었다는 걸 그때는 모른 채 살았다. 범람하는 소란과 말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던 내면의 목소리. 이제는 옛 시대의 철 지난 화두처럼 외면받는 그 내면의 목소리가 그때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P.19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걸까. 이 정도면 남들보다 잘하고 있다며 오만해지는 순간. 자신보다 걸음이 조금 느린 사람들의 표정을 외면한 채 앞선 사람들의 뒷모습만 쫓게 되는 순간. 과거를 잊은 채 상황이 달라진 만큼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자기모순에 빠져드는 순간. 그리고 그 모든 변화를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성장통의 틀 안에 뭉뚱그려 넣으려는 순간. P.26
세상을 적당히만 알고 싶다고 적었던 문장을 읽었다. 세상 이야기를 반 정도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반쯤은 외면한 채 살아가고 싶었던 철없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알게 되면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들보다 내게 절박한 것들만을 가까이 둘 것이라는 두려운 예감을 했던 걸까. P.29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같은 속도로 질주하며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말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대열 속 행복도 있고, 대열을 이탈한 행복도 있겠지만, 언젠가 대열을 의식하지 않을 때 진정한 내 몫의 행복이 결정되지 않을까. P.37
너무 빠른 시간 속의 나는 추격하는 사람 없이도 달아나는 사람, 다그치는 사람 없이도 불안한 사람. 더 많은 여유와 더 느린 시간을 목격하고 체험하다 보면 나도 조금은 시간과 나란히 걷는 방법을 알게 될까. P.53
『조용한 하루』는 한동안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저자 오수영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부터 2023년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기록해둔 사적인 메모집이다. 하늘길이 닫혔던 그 시절 저자는 본래의 꿈이었던 전업 작가가 되는 일에 전념하기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과 꿈 사이의 균형은 위태로워지고, 자신의 정체성은 불분명해진 탓에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에 사로잡혀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게 된다. 결국 그는 모든 걸 잠시 중단한 채 타인과의 비교로 스스로 불안하고 초라했던 마음을 반추하며 늦게나마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변화를 시작한다.
오수영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쓰고 만듭니다. 사진으로 장면을 포착하듯 찰나의 순간과 마음을 문장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산문집 『사랑의 장면들』 『아무 날의 비행일지』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진부한 에세이』와, 메모집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긴 작별 인사』가 있습니다.
책속의 문장
결국 기댈 수 있는 건 시간의 흐름뿐이었다. 시간은 세정력이 탁월해서 마음의 얼룩을 무심히 지우며 흘러갔다. 그때는 너무 깊숙하고 절실했던 마음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와 조각난 글들을 돌아보니 그토록 마음을 앓을 만한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평범하고 조용한 날들이었으나, 나만 홀로 생각의 우물에 갇혀 유별나게 소란한 날들을 보냈다. P.9
팬데믹으로 서로가 단절되고 고립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처럼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로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였다. 자신을 어루만지는 낯선 고독의 손길이 실은 불안과 공포가 아닌 스스로 건넬 수 있는 최대치의 위안이었다는 걸 그때는 모른 채 살았다. 범람하는 소란과 말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던 내면의 목소리. 이제는 옛 시대의 철 지난 화두처럼 외면받는 그 내면의 목소리가 그때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P.19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걸까. 이 정도면 남들보다 잘하고 있다며 오만해지는 순간. 자신보다 걸음이 조금 느린 사람들의 표정을 외면한 채 앞선 사람들의 뒷모습만 쫓게 되는 순간. 과거를 잊은 채 상황이 달라진 만큼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자기모순에 빠져드는 순간. 그리고 그 모든 변화를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성장통의 틀 안에 뭉뚱그려 넣으려는 순간. P.26
세상을 적당히만 알고 싶다고 적었던 문장을 읽었다. 세상 이야기를 반 정도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반쯤은 외면한 채 살아가고 싶었던 철없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알게 되면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들보다 내게 절박한 것들만을 가까이 둘 것이라는 두려운 예감을 했던 걸까. P.29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같은 속도로 질주하며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말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대열 속 행복도 있고, 대열을 이탈한 행복도 있겠지만, 언젠가 대열을 의식하지 않을 때 진정한 내 몫의 행복이 결정되지 않을까. P.37
너무 빠른 시간 속의 나는 추격하는 사람 없이도 달아나는 사람, 다그치는 사람 없이도 불안한 사람. 더 많은 여유와 더 느린 시간을 목격하고 체험하다 보면 나도 조금은 시간과 나란히 걷는 방법을 알게 될까.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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