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태어난 사람의 수만큼 있다,
어느 장례지도사의 사흘
죽음에 관해 더 알고 싶다는 열망과 감정을 다해 6년 동안 장례지도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수이 작가가 사흘에 걸친 장례식을 하나씩 천천히 마음을 써 안내하는 책. 누군가의 죽음과 인생을 기리는 장례와 장례식장에도 그곳을 지키며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죽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 수는 없지만, 죽은 이의 얼굴은 보통 매체에서 다루는 것보다 훨씬 평안해 보여 그저 깊은 잠에 들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는 소멸한다는 공평한 이치는 때로 위안을 준다.”
“수의를 벗으면서 내가 장례지도사가 되어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생각했다. 많은 죽음들을 보며 겪게 될 일들을 그때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빛이 노랗게 들어오던 창가 밑에서 언제나 도장과 봉투의 자리였을 그 서랍을 열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을, 새로이 시작되는 부부의 연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던 아버지의 모습은 나의 세상 어디에선가 계속해서 반복될 것만 같다.”
죽음은 모두에게 가장 큰 비극이면서 회피하고 싶은 대상이지만 동시에 탐구하거나 깊이 들여다 보아야 하는, 거대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 매일의 비극이자 삶의 일부를 작가는 때로는 안내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학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그저 똑같은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마치 동요 없이 장례 절차와 기준들을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타인의 죽음을 뒤흔들지 않으려는 각오와 노력일뿐 덤덤한 문장 아래 숱한 마음이 촘촘히 담겨 있다.
“장례식장 바깥은 숲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5월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카시아 향기가 퍼졌다. 그 향기는 안치실의 바깥 출입문을 열고 나올 때 유난히 짙게 밀려들었는데, 그 향기가 그렇게 슬펐다.”
“몽고인 가족은 내가 세 번의 근무를 더 할 때까지 이곳에 있다 화장터로 떠났다. 세어 보니 자그마치 12일이었다. 빈소를 차리지는 않았지만 매일 이곳에 와서 고인 곁에 음식을 올렸다. 그 시간은 어떤 마음으로 견디는 걸까. 달과 물과 금의 날에 발인하는 이유가 있을까. 바람이 더 높게 부는 걸까. 하늘이 낮아지는 날일까.”
“할머니는 별도의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 자신의 남은 물건이나 재산을 어찌하라는 말을 남길 필요조차 없는 소박한 일생이었다. 그렇지만 죽기 전 형식을 갖추어 남긴 유언이 아니더라도, 죽은 사람의 평소 말들이 자연스레 맴돌며 유언처럼 남는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무거운, 언제까지나 실감하지 않으려는 일이지만 그 무게를 언제나 지탱하는 사람이 있다. 사흘이라는 매일이 쌓일 때, 김수이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죽음을 계속 바라본다. 슬픔만 가득한 일에서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더이상 미래가 없는 일에서 미래를 지켜본다. 아무도 죽음을 모르지만, 그 죽음을 곁에 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엮었다.
작가 소개 | 김수이
작고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해 미술을 공부했다. 공부를 마치고 찾은 반짝이는 일은 장례지도사였다. 지금은 또 다른 작고 반짝이는 것을 찾아 죽음을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사망진단서 모음집인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를 펴냈고, 죽음과 생애 대한 사건과 오브제에 대해 연구하는 '자연사연구회'를 운영 중이다.
죽음은 태어난 사람의 수만큼 있다,
어느 장례지도사의 사흘
죽음에 관해 더 알고 싶다는 열망과 감정을 다해 6년 동안 장례지도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수이 작가가 사흘에 걸친 장례식을 하나씩 천천히 마음을 써 안내하는 책. 누군가의 죽음과 인생을 기리는 장례와 장례식장에도 그곳을 지키며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죽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 수는 없지만, 죽은 이의 얼굴은 보통 매체에서 다루는 것보다 훨씬 평안해 보여 그저 깊은 잠에 들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는 소멸한다는 공평한 이치는 때로 위안을 준다.”
“수의를 벗으면서 내가 장례지도사가 되어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생각했다. 많은 죽음들을 보며 겪게 될 일들을 그때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빛이 노랗게 들어오던 창가 밑에서 언제나 도장과 봉투의 자리였을 그 서랍을 열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을, 새로이 시작되는 부부의 연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던 아버지의 모습은 나의 세상 어디에선가 계속해서 반복될 것만 같다.”
죽음은 모두에게 가장 큰 비극이면서 회피하고 싶은 대상이지만 동시에 탐구하거나 깊이 들여다 보아야 하는, 거대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 매일의 비극이자 삶의 일부를 작가는 때로는 안내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학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그저 똑같은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마치 동요 없이 장례 절차와 기준들을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타인의 죽음을 뒤흔들지 않으려는 각오와 노력일뿐 덤덤한 문장 아래 숱한 마음이 촘촘히 담겨 있다.
“장례식장 바깥은 숲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5월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카시아 향기가 퍼졌다. 그 향기는 안치실의 바깥 출입문을 열고 나올 때 유난히 짙게 밀려들었는데, 그 향기가 그렇게 슬펐다.”
“몽고인 가족은 내가 세 번의 근무를 더 할 때까지 이곳에 있다 화장터로 떠났다. 세어 보니 자그마치 12일이었다. 빈소를 차리지는 않았지만 매일 이곳에 와서 고인 곁에 음식을 올렸다. 그 시간은 어떤 마음으로 견디는 걸까. 달과 물과 금의 날에 발인하는 이유가 있을까. 바람이 더 높게 부는 걸까. 하늘이 낮아지는 날일까.”
“할머니는 별도의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 자신의 남은 물건이나 재산을 어찌하라는 말을 남길 필요조차 없는 소박한 일생이었다. 그렇지만 죽기 전 형식을 갖추어 남긴 유언이 아니더라도, 죽은 사람의 평소 말들이 자연스레 맴돌며 유언처럼 남는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무거운, 언제까지나 실감하지 않으려는 일이지만 그 무게를 언제나 지탱하는 사람이 있다. 사흘이라는 매일이 쌓일 때, 김수이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죽음을 계속 바라본다. 슬픔만 가득한 일에서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더이상 미래가 없는 일에서 미래를 지켜본다. 아무도 죽음을 모르지만, 그 죽음을 곁에 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엮었다.
작가 소개 | 김수이
작고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해 미술을 공부했다. 공부를 마치고 찾은 반짝이는 일은 장례지도사였다. 지금은 또 다른 작고 반짝이는 것을 찾아 죽음을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사망진단서 모음집인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를 펴냈고, 죽음과 생애 대한 사건과 오브제에 대해 연구하는 '자연사연구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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