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종종 편지가 늦을 예정이에요.
긴 침묵을 부디, 무심이 아닌 진심으로 읽어주세요.”
-3년의 공백, 침묵으로 쓴 편지
가랑비메이커의 3년 만의 신간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는 3년이라는 공백의 시간을 통해 침묵으로 쓴 편지들의 집합이다. 매일 모니터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수많은 문장을 내놓아야 하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던 어느 계절, 우연히 발견한 부치지 못한 편지들에서 책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가 시작되었다.
“제게는 수많은 이름들이 있어요. 손을 뻗어서닿을 수는 없지만 두 눈을 감으면 비로소 선명해지는 이름들. (중략) 멀어지는 이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긴 계절을 보냈습니다. 오래된 편지가 우리의 늦은 대화가 될 수 있을까요.”
책 속의 편지들은 가상의 이름에게 전하는 픽션이 아닌 작가 가랑비의 삶에 머물렀던 이름들을 향한 편지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여름의 이름에게’, ‘긴 몸살처럼 앓았던 이름에게’, ‘자주 나를 잊던 이름에게’ 쉬이 부를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이름들을 향한 편지를 읽는 경험은 은밀하고 사적인 감각을 일깨우며 깊고 진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나직한 목소리처럼 전해지는 편지들을 음미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짙은 계절을 산책하기를!
책 속으로
어렵게 쓴 글자들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서랍을 닫으며 그만 단념하기로 했어요. 나는 오래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제대로 읽어줄 당신이 필요하거든요. -14p <늦은 편지>
까만 먹구름뿐인 날도 좋으니 어디선가 햇살을 빌려오는 대신 함께 우산을 쓰자던 당신의 앞에서만큼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잊었을 수 있었어요. 내가 조금 더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늘의 시절을 함께 거닐어 준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16p <다행>
글이란 참 신기하지. 분명 내가 남긴 이야기인데 그 시점을 지나고 나면 쓰는 나는 사라지고 새롭게 읽는 나만 남는다는 게. 그 시절의 내가 이해의 대상이 된다는 게. 새로운 숙제처럼. 휘발된 시간 속에서 조금은 오해를 하고 조금은 더 너그러워지기도 하면서 말이야. - 31p <남겨진 숙제>
나의 삶에 아직도를 묻는 당신께, 나는 아직도가 아니라 여전히 글을 쓰고 걷는 삶을 살고 있다고요. 버티기만 하면 이길 거라던 H에게, 나의 삶은 끝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하는 싸움도 아니라고요. - 42p <현재진행형>
사람에게 이름이란 무엇일까요. 어릴 적에는 원한 적 없던 이름이 부끄러웠어요. 그 탓에 참 많은 이름들을 갈아입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 이름이 무척이나 사무쳐요. 애나, 아니 애라. 나를 애라야, 하고 부르던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나를 부르던 그들에게 나는 어떤 계절의 표정을 지었는지. 늦은 그리움이 빠르게 번져가는 중이에요.- 62p <애나>
“앞으로도 종종 편지가 늦을 예정이에요.
긴 침묵을 부디, 무심이 아닌 진심으로 읽어주세요.”
-3년의 공백, 침묵으로 쓴 편지
가랑비메이커의 3년 만의 신간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는 3년이라는 공백의 시간을 통해 침묵으로 쓴 편지들의 집합이다. 매일 모니터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수많은 문장을 내놓아야 하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던 어느 계절, 우연히 발견한 부치지 못한 편지들에서 책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가 시작되었다.
“제게는 수많은 이름들이 있어요. 손을 뻗어서닿을 수는 없지만 두 눈을 감으면 비로소 선명해지는 이름들. (중략) 멀어지는 이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긴 계절을 보냈습니다. 오래된 편지가 우리의 늦은 대화가 될 수 있을까요.”
책 속의 편지들은 가상의 이름에게 전하는 픽션이 아닌 작가 가랑비의 삶에 머물렀던 이름들을 향한 편지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여름의 이름에게’, ‘긴 몸살처럼 앓았던 이름에게’, ‘자주 나를 잊던 이름에게’ 쉬이 부를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이름들을 향한 편지를 읽는 경험은 은밀하고 사적인 감각을 일깨우며 깊고 진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나직한 목소리처럼 전해지는 편지들을 음미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짙은 계절을 산책하기를!
책 속으로
어렵게 쓴 글자들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서랍을 닫으며 그만 단념하기로 했어요. 나는 오래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제대로 읽어줄 당신이 필요하거든요. -14p <늦은 편지>
까만 먹구름뿐인 날도 좋으니 어디선가 햇살을 빌려오는 대신 함께 우산을 쓰자던 당신의 앞에서만큼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잊었을 수 있었어요. 내가 조금 더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늘의 시절을 함께 거닐어 준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16p <다행>
글이란 참 신기하지. 분명 내가 남긴 이야기인데 그 시점을 지나고 나면 쓰는 나는 사라지고 새롭게 읽는 나만 남는다는 게. 그 시절의 내가 이해의 대상이 된다는 게. 새로운 숙제처럼. 휘발된 시간 속에서 조금은 오해를 하고 조금은 더 너그러워지기도 하면서 말이야. - 31p <남겨진 숙제>
나의 삶에 아직도를 묻는 당신께, 나는 아직도가 아니라 여전히 글을 쓰고 걷는 삶을 살고 있다고요. 버티기만 하면 이길 거라던 H에게, 나의 삶은 끝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하는 싸움도 아니라고요. - 42p <현재진행형>
사람에게 이름이란 무엇일까요. 어릴 적에는 원한 적 없던 이름이 부끄러웠어요. 그 탓에 참 많은 이름들을 갈아입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 이름이 무척이나 사무쳐요. 애나, 아니 애라. 나를 애라야, 하고 부르던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나를 부르던 그들에게 나는 어떤 계절의 표정을 지었는지. 늦은 그리움이 빠르게 번져가는 중이에요.- 62p <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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