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과 조우할 때, 세상은 조용해진다”
삶의 어떤 순간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된 채 장면으로 남는다. 조용함과 빛으로 감싸인 인상으로. 김혜영 작가는 그 조각들을 모아 기억을 재구성하고 환상을 더한 공간을 화폭으로 옮겨놓는다. 찰박찰박 물결치는 바다, 보스스 바람만이 스치는 집, 덩그런 의자,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 뻗어가는 식물, 기억을 비추는 거울, 시간이 흘렀음을 증명하는 초… 아무도 살지 않지만 누군가의 흔적이 묻어나는 장소. 그림은 마치 바라는 것 같다.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이 장면과 당신만이 남은 세상에서 잠시 쉬어가라고, 당신이 품은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라고.
“어디서나 타인과 연결된 어제와 오늘. 이곳에는 외로움이나 고립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 고독이 있다. 오롯이 혼자가 되어야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을 위한 공간은 자신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 잠식되어 내가 점점 사라진다고 느껴질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누구도 없는 공간에서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기를.”
나에게서 너에게로 뻗어가는 그림자처럼
“조용함을 듣는 것은 다정한 관심의 방향이다,
사소하지만 분명하게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다”
선택한 고독을 화두로 삼고서 그림이 자신과의 대화를 위한 매개가 되기를 바랐던 김혜영 작가는 실제 자신의 작업에 대화를 끌어온다. 일 년간 달마다 동명의 타인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점의 그림과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그는 너무 사소해서 잘 안 하는 말, 별거 아니어서 못 한 이야기를 물었다. 혼자 품어도 괜찮았을 것들을 말해보자고. 그렇게 95년생 혜영이 여러 세대의 혜영과 나눈 ‘사소하지만 분명하게 있는 이야기’들이 광목천 위에 여린 안료로 겹겹이 쌓인다. 그림의 공간은 더욱 넉넉해지고, 의자는 하나에서 둘로, 또 여럿으로 늘어간다. 나에서 너로, 그리고 우리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거쳐 계속해서 호흡하는 이는 자연스레 확장되는 심폐 지구력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이 그의 화폭에 펼쳐지고 있다. 조용함의 품에서 다정함이 보드랍게 피어난다.
“그림이 한 점 두 점 완성될 때마다 나에 대해 생각하다가 타인에 대해 생각하며 붓을 내려놨다. 나는 이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이야기해 왔는데, 이제는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그림 속 풍경을 본 또 다른 이가 들려줄 이야기들이. 하나의 그림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쌓일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삶에서 나오는 것들이 다정한 겹을 만들어줄 듯했다.”
★ 지난 5년여의 작품 가운데 선별한 57점과 10여편의 에세이를 수록했다. 1부는 작가 노트, 2부는 인터뷰 프로젝트로 구성되었다. 인터뷰 프로젝트는 작가가 달마다 동명의 타인을 인터뷰하고 그림과 글로 풀어낸 일 년간의 실험이다. 인터뷰는 오후의 소묘 레터를 통해 연재되었고, 인터뷰 전문은 책 커버의 QR코드를 통해 볼 수 있다.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과 조우할 때, 세상은 조용해진다”
삶의 어떤 순간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된 채 장면으로 남는다. 조용함과 빛으로 감싸인 인상으로. 김혜영 작가는 그 조각들을 모아 기억을 재구성하고 환상을 더한 공간을 화폭으로 옮겨놓는다. 찰박찰박 물결치는 바다, 보스스 바람만이 스치는 집, 덩그런 의자,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 뻗어가는 식물, 기억을 비추는 거울, 시간이 흘렀음을 증명하는 초… 아무도 살지 않지만 누군가의 흔적이 묻어나는 장소. 그림은 마치 바라는 것 같다.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이 장면과 당신만이 남은 세상에서 잠시 쉬어가라고, 당신이 품은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라고.
“어디서나 타인과 연결된 어제와 오늘. 이곳에는 외로움이나 고립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 고독이 있다. 오롯이 혼자가 되어야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을 위한 공간은 자신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 잠식되어 내가 점점 사라진다고 느껴질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누구도 없는 공간에서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기를.”
나에게서 너에게로 뻗어가는 그림자처럼
“조용함을 듣는 것은 다정한 관심의 방향이다,
사소하지만 분명하게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다”
선택한 고독을 화두로 삼고서 그림이 자신과의 대화를 위한 매개가 되기를 바랐던 김혜영 작가는 실제 자신의 작업에 대화를 끌어온다. 일 년간 달마다 동명의 타인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점의 그림과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그는 너무 사소해서 잘 안 하는 말, 별거 아니어서 못 한 이야기를 물었다. 혼자 품어도 괜찮았을 것들을 말해보자고. 그렇게 95년생 혜영이 여러 세대의 혜영과 나눈 ‘사소하지만 분명하게 있는 이야기’들이 광목천 위에 여린 안료로 겹겹이 쌓인다. 그림의 공간은 더욱 넉넉해지고, 의자는 하나에서 둘로, 또 여럿으로 늘어간다. 나에서 너로, 그리고 우리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거쳐 계속해서 호흡하는 이는 자연스레 확장되는 심폐 지구력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이 그의 화폭에 펼쳐지고 있다. 조용함의 품에서 다정함이 보드랍게 피어난다.
“그림이 한 점 두 점 완성될 때마다 나에 대해 생각하다가 타인에 대해 생각하며 붓을 내려놨다. 나는 이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이야기해 왔는데, 이제는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그림 속 풍경을 본 또 다른 이가 들려줄 이야기들이. 하나의 그림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쌓일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삶에서 나오는 것들이 다정한 겹을 만들어줄 듯했다.”
★ 지난 5년여의 작품 가운데 선별한 57점과 10여편의 에세이를 수록했다. 1부는 작가 노트, 2부는 인터뷰 프로젝트로 구성되었다. 인터뷰 프로젝트는 작가가 달마다 동명의 타인을 인터뷰하고 그림과 글로 풀어낸 일 년간의 실험이다. 인터뷰는 오후의 소묘 레터를 통해 연재되었고, 인터뷰 전문은 책 커버의 QR코드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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