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다기 브랜드 토림도예의 도예가 에세이. 찻잎을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다기를 고르는 시간,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 대화와 풍경. 이 모든 것이 담기고 쌓여 삶이 된다는 믿음으로 작품을 만들며 전하고 있다. 토림도예의 김유미 작가가 담아낸 그 정성스러운 나날과 태도가 다기에 찻물 배듯 이제 우리에게 찬찬히 스며든다.
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다기 브랜드 토림도예의 작가노트
“차를 마시며 도자기를 빚는 삶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며 덕을 쌓는 삶이기도 하다.
도자기를 만드는 내가 좋은 삶을 살아야 그것을 사는 삶에게도 좋은 삶이 묻어나리라는 믿음이라 해도 좋겠다.”
토림도예의 다기를 사용하기 위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이들이 잇따를 만큼 차 문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브랜드. 크라우드 펀딩으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개완이라는 차 도구를 소개하며 크게 주목받았고 단순하고 얇은 선, 독특한 색감과 질감, 정갈한 문양, 무엇보다 좋은 사용감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들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매료시키는 걸까?
토림도예의 방향을 잡아가는 아림 김유미 작가가 글을 쓰고, 토림 신정현 작가의 애정 어린 기물 사진들이 더해진 이 책에는, 모두가 차를 쉽고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2010년부터 차 도구를 만들어온 이들의 차와 도자기와 삶에 대한 단단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일과 삶이 하나가 되는 곳, 물레 앞에서
“깎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
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흙을 만지자마자 사랑에 빠지고서 십수 년이 훌쩍 넘도록 여전히 좋아하는 일. 도자기는 몹시 지난한 반복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지금도 늘 설레며 물레 앞에 앉고 가마 앞에 선다. 흙으로 형태를 잡고 굽을 깎고 그림을 그리고 시유를 하고 불을 때고 또 다듬는 매일매일, 도자기가 만든 이의 모든 손길을 기억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을 다잡으며 몸을 바로 한다. 김유미 작가는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 마치 사람의 일생 같다고 쓴다. 예전엔 자신의 그릇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하고 큰 그릇이 되고자 조바심 냈다면 지금은 작더라도 옹골차고 단단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도자기를 다듬으며 나를 다듬는다”고.
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더라도 누군가의 일과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곤 한다. 엄마로, 아내로, 또 직업인으로서 도예가로 살아가는 그의 하루하루를 통해 나의 일과 삶을 돌아보게 되듯이.
자꾸자꾸 권하고 싶은 순간, 차실의 계절
“일에 치여 조용한 여유가 필요할 때, 서로 대화하고 싶은 게 있을 때, 감정이 상했을 때조차도 차를 마셨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 다기에서 나는 달그락 소리, 차를 찻잔에 따르는 쪼르륵 소리가 날이 선 말을 다듬어주고 과한 감정을 사그라뜨렸으며 웃음소리에 배경음이 되어주었다.”
보글보글, 달그락, 쪼르륵… 차의 시간이 소란함보다 조용함에 가까운 것은 이처럼 작고 사소한 소리를 듣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온갖 소음에 내맡겨진 우리의 복잡다단하고 어지러운 날들에 잠시 틈을 만들어주는 일. 차를 따르며 잡념을 비워내고 오감을 깨우며, 마주 앉은 상대 혹은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채우는 일. 이처럼 차가 주는 지극한 시간을 모두가 쉽게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기를 만들어왔듯, 이 책도 그렇게 쓰였다. 차를 향한 깊은 마음과 차와 함께하는 나날이 책장 곳곳에 씨앗처럼 콕콕 박혀, 계절마다 펼쳐지는 찻자리의 풍경을 따라가는 동안 책을 읽는 우리에게서 싹을 틔워낸다. 어느 순간 책 곁에는 쪼르륵 소리를 담아내는 찻잔이 놓여 있을 것이고.
토림도예의 철학, 우리만의 리듬으로
2010년 폐가를 작업실 삼아 맨손으로 시작한 이래 3년, 또 3년, 3년씩을 버텨 10주년 개인전을 열고 변곡점을 거쳐 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토림도예의 어제와 내일 속에서 그들이 오늘 사랑받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산골 한운리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삶. 한가로울 것 같지만 바쁘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같지만 매일이 다르다. 마치 토림도예가 만드는 도자기처럼. 이들은 같은 라인의 작품들을 오래도록 만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김유미 작가는 그것들이 단 하나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토림도예가 지향하는 좋은 공예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날마다 작은 실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어제 만든 기물보다 지금 만드는 기물에 더 많은 인내와 고뇌를 담아낸다고.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이들이 만들어가는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잠시 한눈팔다 돌아보면 저 멀리 성큼 가 있는 그런 달팽이”처럼 묵묵히 나아가며 변화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판 것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고, 시간이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작품에서 좋은 삶이 묻어나기를 바라며.
“철철이 달라지는 채소와 과일, 매일 다른 하늘과 바람, 새소리, 냄새까지. 이 모든 것들이 벅차게 다가온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도자기에 담기 시작했다. 봄에는 청보리를, 여름에는 포도를 그렸고 때때로 마음에 들어온 새나 나무를 그렸다. 애정이 담긴 기물은 결과물도 기대 이상으로 만들어졌다. 쉬어가는 구름처럼 나의 기분과 마음에 오롯하게 집중하며 보내는 이 고요한 생활, 충만하다.”
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다기 브랜드 토림도예의 도예가 에세이. 찻잎을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다기를 고르는 시간,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 대화와 풍경. 이 모든 것이 담기고 쌓여 삶이 된다는 믿음으로 작품을 만들며 전하고 있다. 토림도예의 김유미 작가가 담아낸 그 정성스러운 나날과 태도가 다기에 찻물 배듯 이제 우리에게 찬찬히 스며든다.
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다기 브랜드 토림도예의 작가노트
“차를 마시며 도자기를 빚는 삶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며 덕을 쌓는 삶이기도 하다.
도자기를 만드는 내가 좋은 삶을 살아야 그것을 사는 삶에게도 좋은 삶이 묻어나리라는 믿음이라 해도 좋겠다.”
토림도예의 다기를 사용하기 위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이들이 잇따를 만큼 차 문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브랜드. 크라우드 펀딩으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개완이라는 차 도구를 소개하며 크게 주목받았고 단순하고 얇은 선, 독특한 색감과 질감, 정갈한 문양, 무엇보다 좋은 사용감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들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매료시키는 걸까?
토림도예의 방향을 잡아가는 아림 김유미 작가가 글을 쓰고, 토림 신정현 작가의 애정 어린 기물 사진들이 더해진 이 책에는, 모두가 차를 쉽고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2010년부터 차 도구를 만들어온 이들의 차와 도자기와 삶에 대한 단단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일과 삶이 하나가 되는 곳, 물레 앞에서
“깎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
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흙을 만지자마자 사랑에 빠지고서 십수 년이 훌쩍 넘도록 여전히 좋아하는 일. 도자기는 몹시 지난한 반복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지금도 늘 설레며 물레 앞에 앉고 가마 앞에 선다. 흙으로 형태를 잡고 굽을 깎고 그림을 그리고 시유를 하고 불을 때고 또 다듬는 매일매일, 도자기가 만든 이의 모든 손길을 기억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을 다잡으며 몸을 바로 한다. 김유미 작가는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 마치 사람의 일생 같다고 쓴다. 예전엔 자신의 그릇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하고 큰 그릇이 되고자 조바심 냈다면 지금은 작더라도 옹골차고 단단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도자기를 다듬으며 나를 다듬는다”고.
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더라도 누군가의 일과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곤 한다. 엄마로, 아내로, 또 직업인으로서 도예가로 살아가는 그의 하루하루를 통해 나의 일과 삶을 돌아보게 되듯이.
자꾸자꾸 권하고 싶은 순간, 차실의 계절
“일에 치여 조용한 여유가 필요할 때, 서로 대화하고 싶은 게 있을 때, 감정이 상했을 때조차도 차를 마셨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 다기에서 나는 달그락 소리, 차를 찻잔에 따르는 쪼르륵 소리가 날이 선 말을 다듬어주고 과한 감정을 사그라뜨렸으며 웃음소리에 배경음이 되어주었다.”
보글보글, 달그락, 쪼르륵… 차의 시간이 소란함보다 조용함에 가까운 것은 이처럼 작고 사소한 소리를 듣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온갖 소음에 내맡겨진 우리의 복잡다단하고 어지러운 날들에 잠시 틈을 만들어주는 일. 차를 따르며 잡념을 비워내고 오감을 깨우며, 마주 앉은 상대 혹은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채우는 일. 이처럼 차가 주는 지극한 시간을 모두가 쉽게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기를 만들어왔듯, 이 책도 그렇게 쓰였다. 차를 향한 깊은 마음과 차와 함께하는 나날이 책장 곳곳에 씨앗처럼 콕콕 박혀, 계절마다 펼쳐지는 찻자리의 풍경을 따라가는 동안 책을 읽는 우리에게서 싹을 틔워낸다. 어느 순간 책 곁에는 쪼르륵 소리를 담아내는 찻잔이 놓여 있을 것이고.
토림도예의 철학, 우리만의 리듬으로
2010년 폐가를 작업실 삼아 맨손으로 시작한 이래 3년, 또 3년, 3년씩을 버텨 10주년 개인전을 열고 변곡점을 거쳐 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토림도예의 어제와 내일 속에서 그들이 오늘 사랑받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산골 한운리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삶. 한가로울 것 같지만 바쁘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같지만 매일이 다르다. 마치 토림도예가 만드는 도자기처럼. 이들은 같은 라인의 작품들을 오래도록 만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김유미 작가는 그것들이 단 하나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토림도예가 지향하는 좋은 공예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날마다 작은 실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어제 만든 기물보다 지금 만드는 기물에 더 많은 인내와 고뇌를 담아낸다고.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이들이 만들어가는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잠시 한눈팔다 돌아보면 저 멀리 성큼 가 있는 그런 달팽이”처럼 묵묵히 나아가며 변화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판 것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고, 시간이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작품에서 좋은 삶이 묻어나기를 바라며.
“철철이 달라지는 채소와 과일, 매일 다른 하늘과 바람, 새소리, 냄새까지. 이 모든 것들이 벅차게 다가온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도자기에 담기 시작했다. 봄에는 청보리를, 여름에는 포도를 그렸고 때때로 마음에 들어온 새나 나무를 그렸다. 애정이 담긴 기물은 결과물도 기대 이상으로 만들어졌다. 쉬어가는 구름처럼 나의 기분과 마음에 오롯하게 집중하며 보내는 이 고요한 생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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