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 오브 킬링>, <침묵의 시선>, <유랑하는 사람들>등 수많은 걸작 다큐멘터리 영화의 편집감독인 닐스 파그 안데르센이 자신의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통찰을 쉽고 따뜻한 어조로 전달하는 책이다. 많게는 영화 러닝타임의 수천 배에 달하는 촬영본이 쌓여 있는 편집실에서 감독과 어떻게 협업하며 이야기와 인물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그는 개별 영화의 사례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닐스 파그 안데르센은 40여 년간 전세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250여 편의 영화를 편집한 거장으로, 특히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전혀 과신하지 않은 채 시종일관 겸손하고 따뜻한 어조로 영화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협업을 할 때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 사과하는 방법, 자신이 만들어내는 인물을 사랑하는 방법, 자기 삶의 상처를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거는 법을 차분히 펼쳐낸다. 즉 이 책은 영화와 영상물을 편집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자,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혜를 나누는 작은 수업이기도 하다.
닐스 파그 안데르센(Niels Pagh Andersen)
1958년 생. 덴마크의 전설적인 영화 편집감독. 열여섯 살 때부터 40여 년 간 250편 이상의 영화를 편집했다. 《액트 오브 킬링》, 《우울한 방 세 개》, 《유랑하는 사람들》 등 여러 문제작들을 편집했고, 다수의 영화제에서 크고 작은 편집상을 받았다. 모국인 덴마크를 비롯한 수십 개의 나라에서 편집 감독과 자문으로 일했으며, 주요 영화 학교와 기관 등에서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했다. 다큐멘터리의 편집 역량과 편집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편집감독들의 국제 네트워크인 ‘러프컷서비스’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2005년에는 덴마크영화연구소가 수여하는 다큐멘터리 부문의 평생공로상인 루스상(The Roos Prize)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노르웨이영화학교의 편집 전공 교수가 되었으며, 2015년부터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의 회원으로 있다.
책속의 문장
p.17
덴마크의 집으로 돌아온 뒤, 저는 당시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가브릴 악셀(Gabriel Axel) 감독에게서 《크리스티안Christian》이라는 영화의 편집을 제안받았습니다. 저는 이제 유명 편집자였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의 작업 과정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대본을 읽자마자 엉망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저는 아카데미상과 아첨에 넘어가 제안을 수락했던 것입니다. (중략) 그동안 영화 편집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버렸는데 저는 어떤 이야기도 남아 있지 않은 텅 빈 사람이 되었습니다. 술버릇은 점점 통제를 벗어났고, 저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작업 제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p.48
저는 종종 영화 한 편을 감정의 파도와 패턴이 일관성 있게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하나의 음악 작품으로 바라봅니다. 어떨 때는 급기야 어떤 영화의 구조를 노래로 불러 보려 하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그 영화의 감정 곡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편집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복도를 걸어 내려가는 일은 무척 즐겁겠지만, 이런 방법이 모두에게 유용할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영화에 익숙해져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 어쩌면 이런 예시들이 주는 영감을 통해 각자 영화의 감정 곡선을 제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54
저는 감독이 ‘최종 편집권’을 가지지 않은 경우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저는 항상 제 영화가 아니라 감독의 영화를 편집하는 것입니다. 이런 조건들은 감독과 편집자의 전반적인 업무 관계에서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감독의 비전을 위해서 함께 작업하는 것이며, 이 비전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토론하게 됩니다. (중략) 보통 수준의 감독과 편집자라고 해도, 올바른 종류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개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할 때, 우리는 개별적인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됩니다.
p.63
체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편집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선택이 영화 전체에 끼칠 영향을 철저히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선택을 내린 다음에는 그 결정을 믿어야 합니다. 저는 선택한 것을 나중에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손을 떨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와 함께 자라난 젊은 편집자들을 가르칠 때 저는 이들이 종종 결정을 내리는 것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장면에 대한 열 가지의 다른 버전을 만들고는 가장 좋은 것을 고르려고 하는 것입니다.(중략) 이것은 무엇보다도 잘못된 선택에 대한 두려움의 결과입니다. 이때 편집은 선택을 하는 작업이 아니라 선택을 취소하는 작업처럼 여겨집니다.
<액트 오브 킬링>, <침묵의 시선>, <유랑하는 사람들>등 수많은 걸작 다큐멘터리 영화의 편집감독인 닐스 파그 안데르센이 자신의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통찰을 쉽고 따뜻한 어조로 전달하는 책이다. 많게는 영화 러닝타임의 수천 배에 달하는 촬영본이 쌓여 있는 편집실에서 감독과 어떻게 협업하며 이야기와 인물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그는 개별 영화의 사례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닐스 파그 안데르센은 40여 년간 전세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250여 편의 영화를 편집한 거장으로, 특히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전혀 과신하지 않은 채 시종일관 겸손하고 따뜻한 어조로 영화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협업을 할 때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 사과하는 방법, 자신이 만들어내는 인물을 사랑하는 방법, 자기 삶의 상처를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거는 법을 차분히 펼쳐낸다. 즉 이 책은 영화와 영상물을 편집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자,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혜를 나누는 작은 수업이기도 하다.
닐스 파그 안데르센(Niels Pagh Andersen)
1958년 생. 덴마크의 전설적인 영화 편집감독. 열여섯 살 때부터 40여 년 간 250편 이상의 영화를 편집했다. 《액트 오브 킬링》, 《우울한 방 세 개》, 《유랑하는 사람들》 등 여러 문제작들을 편집했고, 다수의 영화제에서 크고 작은 편집상을 받았다. 모국인 덴마크를 비롯한 수십 개의 나라에서 편집 감독과 자문으로 일했으며, 주요 영화 학교와 기관 등에서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했다. 다큐멘터리의 편집 역량과 편집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편집감독들의 국제 네트워크인 ‘러프컷서비스’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2005년에는 덴마크영화연구소가 수여하는 다큐멘터리 부문의 평생공로상인 루스상(The Roos Prize)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노르웨이영화학교의 편집 전공 교수가 되었으며, 2015년부터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의 회원으로 있다.
책속의 문장
p.17
덴마크의 집으로 돌아온 뒤, 저는 당시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가브릴 악셀(Gabriel Axel) 감독에게서 《크리스티안Christian》이라는 영화의 편집을 제안받았습니다. 저는 이제 유명 편집자였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의 작업 과정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대본을 읽자마자 엉망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저는 아카데미상과 아첨에 넘어가 제안을 수락했던 것입니다. (중략) 그동안 영화 편집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버렸는데 저는 어떤 이야기도 남아 있지 않은 텅 빈 사람이 되었습니다. 술버릇은 점점 통제를 벗어났고, 저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작업 제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p.48
저는 종종 영화 한 편을 감정의 파도와 패턴이 일관성 있게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하나의 음악 작품으로 바라봅니다. 어떨 때는 급기야 어떤 영화의 구조를 노래로 불러 보려 하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그 영화의 감정 곡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편집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복도를 걸어 내려가는 일은 무척 즐겁겠지만, 이런 방법이 모두에게 유용할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영화에 익숙해져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 어쩌면 이런 예시들이 주는 영감을 통해 각자 영화의 감정 곡선을 제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54
저는 감독이 ‘최종 편집권’을 가지지 않은 경우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저는 항상 제 영화가 아니라 감독의 영화를 편집하는 것입니다. 이런 조건들은 감독과 편집자의 전반적인 업무 관계에서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감독의 비전을 위해서 함께 작업하는 것이며, 이 비전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토론하게 됩니다. (중략) 보통 수준의 감독과 편집자라고 해도, 올바른 종류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개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할 때, 우리는 개별적인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됩니다.
p.63
체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편집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선택이 영화 전체에 끼칠 영향을 철저히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선택을 내린 다음에는 그 결정을 믿어야 합니다. 저는 선택한 것을 나중에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손을 떨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와 함께 자라난 젊은 편집자들을 가르칠 때 저는 이들이 종종 결정을 내리는 것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장면에 대한 열 가지의 다른 버전을 만들고는 가장 좋은 것을 고르려고 하는 것입니다.(중략) 이것은 무엇보다도 잘못된 선택에 대한 두려움의 결과입니다. 이때 편집은 선택을 하는 작업이 아니라 선택을 취소하는 작업처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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