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오메기떡을 아주 맛있게 먹은 계기로 〈위대한 진심〉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에는 이미 유명한 음식점의 음식부터 저만이 좋아하는 음식 혹은 모두 좋아하지만 저는 입에도 댈 수 없는 음씩까지 오로지 제 입맛에 의지해 썼습니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맛집을 소개하는 책은 아닙니다. 또한, 음식 평론가도 아닌지라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웬만하면 다 맛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 합니다.
식탁과 음식으로 이어지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제 추억을 읽으며 각자의 비슷한 추억을 상기하면서 즐거움을 맛보시길 바랄 뿐입니다. 〈위대한 진심〉은 음식보다 음식을 먹는 저와 함께 먹은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언제나 존재했던 '위대함'에 관하여'라는 부제는 그렇게 존재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함께 음식을 맛볼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한 즐거움은 같이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디 읽는 분들께 즐거움이 되길 바랍니다.
책속의 문장
제주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 앉아 가방을 열었다. 부스럭거리며 검정 비닐봉지를 꺼냈다. 또다시 부스럭거리며 페트상자에 담긴 오메기떡 한 알을 들어 올렸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을 이용해 아주 소중하게 꺼냈다. 떡 겉에 붙어있는 보슬보슬한 팥알을 최대한으로 보존해 입속으로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떡을 만지니 조금 전 불쾌감의 ‘부’가 희미해져 가고 기대감이 솟구치려 했다.
-제주 오메기떡 '불쾌감과 쾌감 사이' 중에서
어차피 몽땅 뱃속으로 들어가겠지만, 음식은 순서가 중요하다(진지). 그에 따라 더 많이 먹을 수 있고 없고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민은 금방 끝냈다. ‘단짠’이란 맛이 단짝처럼 붙어있지만, 진짜 단짝인 우리는 ‘짠’으로 시작해 ‘단’으로 끝내기로 했다.
-전주 튀김 '과유불급' 중에서
한 입을 먹자마자 콩국수를 그대로 뱉을 뻔했다. ‘웩’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건 콩국수가 아니라 백설탕의 맛, 그 자체였다. 이것이 광주식 콩국수라 하면 나는 서울식 콩국수의 손을 잡고 속히 광주를 벗어나고 싶었다. 서울식 콩국수가 광주에 있다가는 설탕물에 빠져 놀아 날 거 같았다. “이 정도로 달게 먹을 거면 그냥 각설탕을 오독오독 씹어먹는 편이 낫겠다!”
-광주 콩물국수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중에서
다시 기운을 차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 같던 지친 삶이 부여에서, 장원막국수에서, 그리고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않고도 이야기를 이어 나가며 웃을 수 있었던 시와님과의 여정을 통해 힘든 시간을 잘 다독일 수 있는 작은 방법을 얻었던 거 같다. 막막하고 마냥 힘들기만 했던 그간의 일들이 시원하게 뚫리는, 살기 위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인 내가 자연 속에서 세상과 호흡하는 순간이었다.
-부여 막국수 '멈춘 시계에 건전지를 끼운 순간' 중에서
외할아버지가 새벽부터 낮, 밤까지 땀을 흘려가며 키운 고추밭의 고추, 꺾였지만 여전히 싱싱함이 느껴지는 외할머니의 텃밭 채소, 엄마가 누워서 떡 먹듯 만들어낸 고추와 멸치가 보슬보슬한 반찬. 그리고 맛있게 먹는 나. 일찍부터 떠오른 해가 어느새 다시 산을 넘어가고, 문 앞에 걸어둔 불빛에는 온갖 밤 벌레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내 별들이 쏟아질 초여름 시골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된다.
-안동 고추멸치볶음 '시골의 하루' 중에서
제주에서 오메기떡을 아주 맛있게 먹은 계기로 〈위대한 진심〉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에는 이미 유명한 음식점의 음식부터 저만이 좋아하는 음식 혹은 모두 좋아하지만 저는 입에도 댈 수 없는 음씩까지 오로지 제 입맛에 의지해 썼습니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맛집을 소개하는 책은 아닙니다. 또한, 음식 평론가도 아닌지라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웬만하면 다 맛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 합니다.
식탁과 음식으로 이어지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제 추억을 읽으며 각자의 비슷한 추억을 상기하면서 즐거움을 맛보시길 바랄 뿐입니다. 〈위대한 진심〉은 음식보다 음식을 먹는 저와 함께 먹은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언제나 존재했던 '위대함'에 관하여'라는 부제는 그렇게 존재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함께 음식을 맛볼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한 즐거움은 같이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디 읽는 분들께 즐거움이 되길 바랍니다.
책속의 문장
제주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 앉아 가방을 열었다. 부스럭거리며 검정 비닐봉지를 꺼냈다. 또다시 부스럭거리며 페트상자에 담긴 오메기떡 한 알을 들어 올렸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을 이용해 아주 소중하게 꺼냈다. 떡 겉에 붙어있는 보슬보슬한 팥알을 최대한으로 보존해 입속으로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떡을 만지니 조금 전 불쾌감의 ‘부’가 희미해져 가고 기대감이 솟구치려 했다.
-제주 오메기떡 '불쾌감과 쾌감 사이' 중에서
어차피 몽땅 뱃속으로 들어가겠지만, 음식은 순서가 중요하다(진지). 그에 따라 더 많이 먹을 수 있고 없고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민은 금방 끝냈다. ‘단짠’이란 맛이 단짝처럼 붙어있지만, 진짜 단짝인 우리는 ‘짠’으로 시작해 ‘단’으로 끝내기로 했다.
-전주 튀김 '과유불급' 중에서
한 입을 먹자마자 콩국수를 그대로 뱉을 뻔했다. ‘웩’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건 콩국수가 아니라 백설탕의 맛, 그 자체였다. 이것이 광주식 콩국수라 하면 나는 서울식 콩국수의 손을 잡고 속히 광주를 벗어나고 싶었다. 서울식 콩국수가 광주에 있다가는 설탕물에 빠져 놀아 날 거 같았다. “이 정도로 달게 먹을 거면 그냥 각설탕을 오독오독 씹어먹는 편이 낫겠다!”
-광주 콩물국수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중에서
다시 기운을 차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 같던 지친 삶이 부여에서, 장원막국수에서, 그리고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않고도 이야기를 이어 나가며 웃을 수 있었던 시와님과의 여정을 통해 힘든 시간을 잘 다독일 수 있는 작은 방법을 얻었던 거 같다. 막막하고 마냥 힘들기만 했던 그간의 일들이 시원하게 뚫리는, 살기 위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인 내가 자연 속에서 세상과 호흡하는 순간이었다.
-부여 막국수 '멈춘 시계에 건전지를 끼운 순간' 중에서
외할아버지가 새벽부터 낮, 밤까지 땀을 흘려가며 키운 고추밭의 고추, 꺾였지만 여전히 싱싱함이 느껴지는 외할머니의 텃밭 채소, 엄마가 누워서 떡 먹듯 만들어낸 고추와 멸치가 보슬보슬한 반찬. 그리고 맛있게 먹는 나. 일찍부터 떠오른 해가 어느새 다시 산을 넘어가고, 문 앞에 걸어둔 불빛에는 온갖 밤 벌레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내 별들이 쏟아질 초여름 시골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된다.
-안동 고추멸치볶음 '시골의 하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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