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을 우리들의 여름 낭만, 정동진독립영화제"
"이미 유명한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위해 자활 출신 두 친구가 모였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매년 8월 첫째 주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야외 영화제입니다. 책 『여름이 오면 정동진에서 만나』는 지난 12년간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즐겨온 작가의 에세이,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와 영화제를 사랑해 온 6명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자원 활동가 출신의 두 친구가 사랑하는 영화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만든 이 책은 매년 여름 정동진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름의 낭만과 영화, 지역과 자연을 애정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전합니다.
책속의 문장
어느덧 1일 차 상영이 끝난다. 배부른 마음으로 퇴장하다 보면 입장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휠체어를 타고 온 배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노부부, 반려동물과 온 관객, 그리고 혼자서도 잘 온 나. 활짝 열린 영화제 입구에는 그 어떤 문턱도 없었음을 깨닫는다. 만들고자 들면 한없이 늘어나는 것이 문턱인데,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그것을 점점 없애가는 중이다. 이미 낮았던 문턱을 얼마나 더 없애려는 것일까. 이토록 다정한 행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문턱 없는 영화제’ 중에서
시원한 바다에 달궈진 몸을 던져, 이윽고 파도 위로 몸을 뉘어 본다. 하늘을 바라보고 힘을 뺀 상태로 물결에 몸을 맡긴다. 둥둥둥, 세상의 소음이 멀어진다.
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를 만나게 될지, 그 영화가 나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온몸을 맡겨 보는 것이다. 촤악, 파도가 친다. 이번에는 물속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헤엄친다. 한계가 없다. 그래서 영화가 좋다. 단번에 영화로 들어가 유유자적 유영한다. 어푸,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몰아쉰다. 아직 숨이 가쁜데 큰 파도가 덮칠 듯 몰려온다. 보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때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압, 그 속이 가장 고요하다는 것은 직접 들어가 본 사람만이 안다. 크게 마음먹고 들어온 영화 속은 역시나 평온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박수 소리가 들린다. 짝짝짝, 모래사장에 발을 딛고 파라솔 밑으로 돌아온다. 그늘에 앉아 물기를 털어내고 다음 바다를 기다린다.- ‘영화가 뜨는 바다’ 중에서
영사기에 불이 들어오면 스크린에 영화가 뜬다. 트레일러를 시작으로 첫 영화가 시작된다. 관객은 오롯이 그 세계로 침잠한다. 이야기가 극으로 치닫고,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외에도 다양한 리액션이 객석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 순간 관객만 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때마침 스크린 뒤로 기적 소리가 들린다. “뿌우, 뿌우!”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정동진역으로 향하는 기차가 밤공기를 가르며 지나간다.
(…)
신발이 젖어 갈 때쯤, 체육관으로 이동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비를 대비해 체육관이 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운동장에 깔렸던 좌석이 그대로 옮겨졌다. 자원 활동가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입장한다. 떠나지 않고 기다린 관객이 이토록 많다니. 한 명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옆사람과의 간격을 좁혀 본다. 빼곡하게 채워진 체육관에서 영화제는 다시 이어진다. 우산살 소녀도 막지 못한 비를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기어코 뚫고 나아간다. - ‘여름이 선사한 특권’ 중에서
영화제가 열리는 3일이 찰나처럼 지나간다. 관객과 영화는 잘 만나고 잘 이별한 걸까? 나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만났고 다음을 기억했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자활인 내 얼굴에 있다. 관객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순간까지 웃던 내 얼굴은 진짜였다. 자활도 즐길 수 있는 영화제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 ‘최상의 컨디션으로’ 중에서
음력으로 따지는 설이나 추석은 해마다 날짜가 바뀌어 달력을 들여다보게 한다. 하지만 내게는 달력의 숫자가 아닌 수영복 자국으로 헤아리는 명절이 하나 더 있다. 매년 8월 같은 자리, 같은 날짜에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가 바로 나의 여름 명절이다. - ‘여름 명절’ 중에서












"사라지지 않을 우리들의 여름 낭만, 정동진독립영화제"
"이미 유명한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위해 자활 출신 두 친구가 모였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매년 8월 첫째 주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야외 영화제입니다. 책 『여름이 오면 정동진에서 만나』는 지난 12년간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즐겨온 작가의 에세이,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와 영화제를 사랑해 온 6명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자원 활동가 출신의 두 친구가 사랑하는 영화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만든 이 책은 매년 여름 정동진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름의 낭만과 영화, 지역과 자연을 애정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전합니다.
책속의 문장
어느덧 1일 차 상영이 끝난다. 배부른 마음으로 퇴장하다 보면 입장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휠체어를 타고 온 배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노부부, 반려동물과 온 관객, 그리고 혼자서도 잘 온 나. 활짝 열린 영화제 입구에는 그 어떤 문턱도 없었음을 깨닫는다. 만들고자 들면 한없이 늘어나는 것이 문턱인데,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그것을 점점 없애가는 중이다. 이미 낮았던 문턱을 얼마나 더 없애려는 것일까. 이토록 다정한 행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문턱 없는 영화제’ 중에서
시원한 바다에 달궈진 몸을 던져, 이윽고 파도 위로 몸을 뉘어 본다. 하늘을 바라보고 힘을 뺀 상태로 물결에 몸을 맡긴다. 둥둥둥, 세상의 소음이 멀어진다.
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를 만나게 될지, 그 영화가 나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온몸을 맡겨 보는 것이다. 촤악, 파도가 친다. 이번에는 물속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헤엄친다. 한계가 없다. 그래서 영화가 좋다. 단번에 영화로 들어가 유유자적 유영한다. 어푸,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몰아쉰다. 아직 숨이 가쁜데 큰 파도가 덮칠 듯 몰려온다. 보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때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압, 그 속이 가장 고요하다는 것은 직접 들어가 본 사람만이 안다. 크게 마음먹고 들어온 영화 속은 역시나 평온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박수 소리가 들린다. 짝짝짝, 모래사장에 발을 딛고 파라솔 밑으로 돌아온다. 그늘에 앉아 물기를 털어내고 다음 바다를 기다린다.- ‘영화가 뜨는 바다’ 중에서
영사기에 불이 들어오면 스크린에 영화가 뜬다. 트레일러를 시작으로 첫 영화가 시작된다. 관객은 오롯이 그 세계로 침잠한다. 이야기가 극으로 치닫고,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외에도 다양한 리액션이 객석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 순간 관객만 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때마침 스크린 뒤로 기적 소리가 들린다. “뿌우, 뿌우!”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정동진역으로 향하는 기차가 밤공기를 가르며 지나간다.
(…)
신발이 젖어 갈 때쯤, 체육관으로 이동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비를 대비해 체육관이 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운동장에 깔렸던 좌석이 그대로 옮겨졌다. 자원 활동가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입장한다. 떠나지 않고 기다린 관객이 이토록 많다니. 한 명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옆사람과의 간격을 좁혀 본다. 빼곡하게 채워진 체육관에서 영화제는 다시 이어진다. 우산살 소녀도 막지 못한 비를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기어코 뚫고 나아간다. - ‘여름이 선사한 특권’ 중에서
영화제가 열리는 3일이 찰나처럼 지나간다. 관객과 영화는 잘 만나고 잘 이별한 걸까? 나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만났고 다음을 기억했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자활인 내 얼굴에 있다. 관객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순간까지 웃던 내 얼굴은 진짜였다. 자활도 즐길 수 있는 영화제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 ‘최상의 컨디션으로’ 중에서
음력으로 따지는 설이나 추석은 해마다 날짜가 바뀌어 달력을 들여다보게 한다. 하지만 내게는 달력의 숫자가 아닌 수영복 자국으로 헤아리는 명절이 하나 더 있다. 매년 8월 같은 자리, 같은 날짜에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가 바로 나의 여름 명절이다. - ‘여름 명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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