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상경하여 서울살이를 시작한 지도 6년 가까이 넘었습니다. 분명 더 나은 미래를 바라고 대도시로 왔으나 정착하지 못한 채 오랜 기간 방황했고, 그 사이 미래는 커녕 스스로를 좀먹는 습관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부지런히 다니다 보니 좋아하는 공간들이 생겼고, 좋아하는 순간들이 생겼습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풍경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았으나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프리즘은 반복되는 빌딩 사이를 걷기만 하는 권태적인 삶에서 벗어나 여행자의 시선으로 서울의 보석같은 모습들을 찾아보는 프로젝트입니다. 평소에는 지나쳐버린 것들을 되돌아보며 그 속의 재미를 찾아보려 시도하였습니다. 고로 책은 서울의 풍경을 그린 그림들과, 작가가 좋아하는 여러 카페를 그린 그림들이 담겨있습니다. -큰 스케치북2권과 작은 스케치북 2권의 분량.- 끝에는 서울살이를 해나가며 느꼈던 삶에 관한 에세이가 짧게 실려있습니다.
프리즘은 빛을 분해하는 도구의 이름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양함 감정으로 분해해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에서 붙이게 되었습니다. 4개의 내지 묶음을 직접 실로 엮어 만든 수제본 일러스트집입니다.
책속의 문장
나는 이른 아침 볕이 서서히 홍제천을 밝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발치에 늘어진 자그마한 생명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사부작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나비가 꽃에 입을 맞추고 반사된 햇빛에 반짝거리며 흔들리던 옥구슬 같은 물의 찰랑임을 지켜보았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폐로 들어오는 공기가 청량해서 밤새 문드러진 가슴을 환기해 주었다.
나는 강을 따라 더 걸어가다가 작은 강아지를 보았다. 조그마한 발을 연신 내디디며 열심히 걸어가는데, 그 몸동작을 따라 움직이는 강아지의 엉덩이를 지켜보다가 그 움직임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가를 조금 더 따라서 걷다가 나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눈시울이 마를 새가 없던 그날 아침의 산책은 내가 스무 살을 훌쩍 넘기면서도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들로 가득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깜깜했던 겨울이 기억난다. 밤이 되고 퇴근하면 자정이 다 되어갔는데 서울의 하늘은 좀처럼 별을보기가 힘들었다. 일을 그만둔 이후로는 기운이 나지 않아서 아무런 일정이 없으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상경 이후의 삶
그에 반하면 서울의 하루하루는 지독하게 우유부단하고 부산스럽다. 비유하자면 음이 맞지 않는 사물놀이를 듣는 것과 비슷하겠다.빵빵거리는 클랙슨 소음으로 가득한 종로, 점심시간만 되면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히 많은 직장인들의 피로에 젖은 얼굴, 서로를 탓하기 바쁜 혐오에 젖은 현수막들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모두가 분주한 듯 보이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이 도태되기도 한다.
매일이 시끄러운 이 도시에 모두가 지칠 법도 하지만 멈추는 순간 끝이라는 일말의 두려움이 우리를 내일로 떠민다.나 또한 그리 살고 있었다. 벌써 반 십 년을 넘게 머무는 이 도시를 사랑해 본 적이 없었고, 눈을 뜨고 감는 행위로 하루를 쪼갤 뿐 매일 이어지는 불협화음은 작곡가를 잃어버린 악보와 같았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냐는 질문과 오늘도 버텼다는 하루에 대한 감상만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대도시 생활
나는 이 책을 만들면서 조금 더 서울이라는 도심 속을 여행하듯 들여다보았다. 빌딩마다 전시된 간판에 적힌 뻔하디뻔한 글자의 나열 속에서 한글이 가진 아름다운 형태에 대해 관찰했다. 힘들고 지친 하루도 작은 잔에 담긴 소주와 함께 삼키며 흘려내 버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어두운 밤길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이 설치된 안전 표시 등을 관찰했다.
불그스름하게 밝히는 얼굴을 고층 빌딩 너머로 숨기는 저녁노을도 지켜보았다.대도시에 대한 환상을 품고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름 이곳에서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 지금에 이 도시를 향한 나의 마음을 나는 애증이라 정의해 표하고 싶다. -대도시 생활2














부산에서 상경하여 서울살이를 시작한 지도 6년 가까이 넘었습니다. 분명 더 나은 미래를 바라고 대도시로 왔으나 정착하지 못한 채 오랜 기간 방황했고, 그 사이 미래는 커녕 스스로를 좀먹는 습관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부지런히 다니다 보니 좋아하는 공간들이 생겼고, 좋아하는 순간들이 생겼습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풍경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았으나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프리즘은 반복되는 빌딩 사이를 걷기만 하는 권태적인 삶에서 벗어나 여행자의 시선으로 서울의 보석같은 모습들을 찾아보는 프로젝트입니다. 평소에는 지나쳐버린 것들을 되돌아보며 그 속의 재미를 찾아보려 시도하였습니다. 고로 책은 서울의 풍경을 그린 그림들과, 작가가 좋아하는 여러 카페를 그린 그림들이 담겨있습니다. -큰 스케치북2권과 작은 스케치북 2권의 분량.- 끝에는 서울살이를 해나가며 느꼈던 삶에 관한 에세이가 짧게 실려있습니다.
프리즘은 빛을 분해하는 도구의 이름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양함 감정으로 분해해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에서 붙이게 되었습니다. 4개의 내지 묶음을 직접 실로 엮어 만든 수제본 일러스트집입니다.
책속의 문장
나는 이른 아침 볕이 서서히 홍제천을 밝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발치에 늘어진 자그마한 생명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사부작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나비가 꽃에 입을 맞추고 반사된 햇빛에 반짝거리며 흔들리던 옥구슬 같은 물의 찰랑임을 지켜보았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폐로 들어오는 공기가 청량해서 밤새 문드러진 가슴을 환기해 주었다.
나는 강을 따라 더 걸어가다가 작은 강아지를 보았다. 조그마한 발을 연신 내디디며 열심히 걸어가는데, 그 몸동작을 따라 움직이는 강아지의 엉덩이를 지켜보다가 그 움직임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가를 조금 더 따라서 걷다가 나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눈시울이 마를 새가 없던 그날 아침의 산책은 내가 스무 살을 훌쩍 넘기면서도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들로 가득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깜깜했던 겨울이 기억난다. 밤이 되고 퇴근하면 자정이 다 되어갔는데 서울의 하늘은 좀처럼 별을보기가 힘들었다. 일을 그만둔 이후로는 기운이 나지 않아서 아무런 일정이 없으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상경 이후의 삶
그에 반하면 서울의 하루하루는 지독하게 우유부단하고 부산스럽다. 비유하자면 음이 맞지 않는 사물놀이를 듣는 것과 비슷하겠다.빵빵거리는 클랙슨 소음으로 가득한 종로, 점심시간만 되면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히 많은 직장인들의 피로에 젖은 얼굴, 서로를 탓하기 바쁜 혐오에 젖은 현수막들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모두가 분주한 듯 보이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이 도태되기도 한다.
매일이 시끄러운 이 도시에 모두가 지칠 법도 하지만 멈추는 순간 끝이라는 일말의 두려움이 우리를 내일로 떠민다.나 또한 그리 살고 있었다. 벌써 반 십 년을 넘게 머무는 이 도시를 사랑해 본 적이 없었고, 눈을 뜨고 감는 행위로 하루를 쪼갤 뿐 매일 이어지는 불협화음은 작곡가를 잃어버린 악보와 같았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냐는 질문과 오늘도 버텼다는 하루에 대한 감상만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대도시 생활
나는 이 책을 만들면서 조금 더 서울이라는 도심 속을 여행하듯 들여다보았다. 빌딩마다 전시된 간판에 적힌 뻔하디뻔한 글자의 나열 속에서 한글이 가진 아름다운 형태에 대해 관찰했다. 힘들고 지친 하루도 작은 잔에 담긴 소주와 함께 삼키며 흘려내 버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어두운 밤길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이 설치된 안전 표시 등을 관찰했다.
불그스름하게 밝히는 얼굴을 고층 빌딩 너머로 숨기는 저녁노을도 지켜보았다.대도시에 대한 환상을 품고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름 이곳에서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 지금에 이 도시를 향한 나의 마음을 나는 애증이라 정의해 표하고 싶다. -대도시 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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