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발행한 초판본 『후루룩 치앙마이』는 원재희가 쓸 수 있는 치앙마이 여행 에세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생각보다 찾아주는 이가 많이 없어 절판시켰다. 출판사명을 ‘후루룩’으로 만든 뒤 계속해서 『후루룩 치앙마이』가 생각났다. 찾는 이가 많이 없더라도 그때의 행복했던 여행을 다시 꺼내 '후루룩' 출판사의 앞길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2025년 조금 더 다듬어진 글에 새로운 옷을 입고 '후루룩 시리즈'의 첫 번째 책 『후루룩 치앙마이』와 두 번째 책 『후루룩 사이공』이 함께 출간됐다.
본고장에서 먹은 베트남 쌀국수의 진한 육수와 부들한 면의 조화, 그리고 열 그릇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반한 원재희와 함께하는 베트남 남부 여행 에세이(라 소개하지만, 실상은 먹다 하루를 다 보낸 베트남 식사 에세이라고 수줍게 고백한다). 달랏을 중심으로 호찌민, 무이네를 곁들인 맛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후루룩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당신의 여행은 어떻게 기억되나요?’
책 속에서
다시 몸을 일으켜 늦게까지 문을 여는 빵집 〈리엔호아〉에 가서 ‘반미’와 ‘쩨’를 샀다. 돌아가는 길에 구멍가게에 들어가 생수 두 병과 베트남 맥주 한 캔도 샀다. 화장대에 앉아 꾀죄죄한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며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반미를 뜯었다. 우습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맛있다. 이 맛에 동남아 오지.’ 참나. -12p, 프롤로그
큼직한 그릇에 넘칠 듯 가득 담긴 쌀국수가 찰랑거리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국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쫑쫑 썬 쪽파와 어떤 채소인지도 모를 정도로 잘게 썰린 고수가 연못의 개구리밥처럼 가득했다. 베트남 첫 끼의 흥분감에 젓가락부터 넣었다가 사진이 생각나서 급히 사진 한 장을 찍고 휘적였다. -24p, 베트남 쌀국수
혼자 반쎄오 두 장을 먹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다람쥐처럼 입속에 저장했다가 꺼내 먹을 수만 있다면. 아니다. 이 모습 그대로 한국에 가져갈 수 있다면. 아니다. 달랏이 지하철을 타고 홍대 입구에 가듯 달랏대 입구 역이 있어서 언제든 갈 수 있다면 하고. 부른 배만큼 행복해진 배를 두들기며 숙소까지 걸었다. 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 이번에도 봄의 밤공기 냄새가 조용한 길에 짙게 깔려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공기 냄새를 담았고 살결에 부딪히는 바람을 친구삼았다. 행복했다.
이것이 내가 품었던 달랏의 낭만이었다는 확신이 생겼다. -40p, 반쎄오
그리고 나는 어제의 반짠느엉은 잊고 매일 저녁에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이곳에 와서 오롯한 한 판을 먹고는 나눠 먹던 예전의 한을 풀었다. 그렇게 다 먹고 났더니 이젠 누군가와 함께 쪼개고 쪼개 먹는 맛을 느끼고 싶어지기도 했다. 우산 없이 비를 맞고 가던 그 청춘이 내심 부러웠나 보다. -88p. 반짠느엉
각각 따로 먹어도 맛있었을지 모르겠다. 따로 먹을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모든 조합이 ‘함께’일 때 이미 기똥차게 맛있었기 때문이다. 볼이 빵빵하게 올라온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워했다. 아무리 혼자가 좋아도 ‘함께’라는 시간이 없다면 그게 또 무슨 찐 행복이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이지. -203, 분짜 하노이


2019년 여름 발행한 초판본 『후루룩 치앙마이』는 원재희가 쓸 수 있는 치앙마이 여행 에세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생각보다 찾아주는 이가 많이 없어 절판시켰다. 출판사명을 ‘후루룩’으로 만든 뒤 계속해서 『후루룩 치앙마이』가 생각났다. 찾는 이가 많이 없더라도 그때의 행복했던 여행을 다시 꺼내 '후루룩' 출판사의 앞길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2025년 조금 더 다듬어진 글에 새로운 옷을 입고 '후루룩 시리즈'의 첫 번째 책 『후루룩 치앙마이』와 두 번째 책 『후루룩 사이공』이 함께 출간됐다.
본고장에서 먹은 베트남 쌀국수의 진한 육수와 부들한 면의 조화, 그리고 열 그릇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반한 원재희와 함께하는 베트남 남부 여행 에세이(라 소개하지만, 실상은 먹다 하루를 다 보낸 베트남 식사 에세이라고 수줍게 고백한다). 달랏을 중심으로 호찌민, 무이네를 곁들인 맛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후루룩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당신의 여행은 어떻게 기억되나요?’
책 속에서
다시 몸을 일으켜 늦게까지 문을 여는 빵집 〈리엔호아〉에 가서 ‘반미’와 ‘쩨’를 샀다. 돌아가는 길에 구멍가게에 들어가 생수 두 병과 베트남 맥주 한 캔도 샀다. 화장대에 앉아 꾀죄죄한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며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반미를 뜯었다. 우습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맛있다. 이 맛에 동남아 오지.’ 참나. -12p, 프롤로그
큼직한 그릇에 넘칠 듯 가득 담긴 쌀국수가 찰랑거리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국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쫑쫑 썬 쪽파와 어떤 채소인지도 모를 정도로 잘게 썰린 고수가 연못의 개구리밥처럼 가득했다. 베트남 첫 끼의 흥분감에 젓가락부터 넣었다가 사진이 생각나서 급히 사진 한 장을 찍고 휘적였다. -24p, 베트남 쌀국수
혼자 반쎄오 두 장을 먹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다람쥐처럼 입속에 저장했다가 꺼내 먹을 수만 있다면. 아니다. 이 모습 그대로 한국에 가져갈 수 있다면. 아니다. 달랏이 지하철을 타고 홍대 입구에 가듯 달랏대 입구 역이 있어서 언제든 갈 수 있다면 하고. 부른 배만큼 행복해진 배를 두들기며 숙소까지 걸었다. 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 이번에도 봄의 밤공기 냄새가 조용한 길에 짙게 깔려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공기 냄새를 담았고 살결에 부딪히는 바람을 친구삼았다. 행복했다.
이것이 내가 품었던 달랏의 낭만이었다는 확신이 생겼다. -40p, 반쎄오
그리고 나는 어제의 반짠느엉은 잊고 매일 저녁에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이곳에 와서 오롯한 한 판을 먹고는 나눠 먹던 예전의 한을 풀었다. 그렇게 다 먹고 났더니 이젠 누군가와 함께 쪼개고 쪼개 먹는 맛을 느끼고 싶어지기도 했다. 우산 없이 비를 맞고 가던 그 청춘이 내심 부러웠나 보다. -88p. 반짠느엉
각각 따로 먹어도 맛있었을지 모르겠다. 따로 먹을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모든 조합이 ‘함께’일 때 이미 기똥차게 맛있었기 때문이다. 볼이 빵빵하게 올라온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워했다. 아무리 혼자가 좋아도 ‘함께’라는 시간이 없다면 그게 또 무슨 찐 행복이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이지. -203, 분짜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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