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수첩, 일기장, 이면지 등 여러 곳에 오랜 시간 걸쳐 기록한 아주 사적인 글을 재료로 하여 기억과 경험을 형태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를테면 일종의 그림일기인 셈이다.
재료가 되는 글은 의미를 갖는 가장 작은 단위인 단어로 압축되고, 압축된 단어는 다시 사물로 치환된다. 여기서의 사물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쓰이기보다는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에 기반해 은유적으로 기능한다.
시작점이 된 글과 최종적으로 형태화된 이미지는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지만 문장에서 단어로, 단어에서 사물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맥락이 탈락한다. 그렇기에 이미지를 읽고 해석하는 행위는 보는 이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며 압축된 단어만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의 언어(글)가 다른 하나(이미지)를 보조하거나 설명하는 기능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방향을 가진다.
목차
1. 기억의 오류를 넘어
일 인분의 몫
그렇게 어른이 되었습니다
집에 대한 몇 가지 단상
각자의 최선
공백과 쓸모에 대한 고찰
술래의 기분
안녕을 고해
2.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고 싶어
기억될 계절의 모양
미완의 마음
구석진 자리
불운 뒤에 오는 것
사라진, 사라지지 않는
도래하지 않았다
불안한 사람은 배워야 할 사랑이 많대
3. 부서지지 않는 어딘가
일종의 습관
읽거나 소유하거나, 아니면 버리거나
수렴과 발산
이것은 어쩌면 새로운 우정
여름을 무릅쓰고
이면을 이해하기
환영해 주세요
작은 승리
축하의 글
우리가 더 많이 떠올려야 하는 것들
책속의 문장
그저 떠나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다가도 내가 쥔 건 오답일 뿐이고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때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최대치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 실속이나 효율성을 내재한 태도. 어쩌면 그게 내가 가진 가난함의 근원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10p
나의 20대 대부분은 그런 식이었다. 술래잡기에서 영원히 술래가 된 기분으로 잡히지 않는 것들을 손에 잡으려 피곤하고 피곤하고 또 피곤하게 애를 써야 했던 날들. 증명이라는 단어가 낙인처럼 붙어 다니던 날들. 하지만 결국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날들. 그럴수록 악착같이 주먹을 쥐던 날들. 불안과 긴장, 예민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무언가 더 나은 상태를 열망한다는 것 자체로 나는 꽤 발전적인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26p
다시 혼자 지내는 생활에는 시차 없이 익숙해졌다. 언제 혼자가 아니었냐는 듯이. 가끔 꼭꼭 숨어 있던 외로움이 한번씩 마음을 헤집어 놓을 때가 있지만, 괜찮다. 긴 시간을 혼자 살면 친해지기 어려운 감정과도 종종 친구가 되는 법이니까. -41p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이해받는다는 것. 나는 우리의 우정이 그걸 성취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날 두고 사라진 그 애가 미웠다. ‘그만큼 나는 너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지’ 그런 마음이 불쑥불쑥 터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애의 삶에서 내가, 나의 삶에서 그 애가 닿지 않는 선을 그리며 비켜나 가는 게 견딜 수 없이 싫었다. -46p
어쩌면 이게 내가 인생에서 이뤄 낸 가장 큰 업적일지도 모르겠다. 늦기 전에 미움을 버린 것, 그리고 불행에 집중하느라 보지 못했던 그의 사랑을 발견한 것 말이다. 우리가 쌓아 올린 미약한 사랑, 그게 낡고 오래된 원망보다 강하다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이 글이 그를 슬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4p
왔다 가는 짧은 순간의 환희나 희열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디더라도 매일 조금씩 다듬으면서 나아가자는 마음을 갖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초라함이나 우월함이 날 잡아먹지 않도록 잘 살피면서, 만든 작업물들을 미워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속이거나 비겁해지지 않으면서, 그저 끈질기고 겸손하게. -74p







이 책은 수첩, 일기장, 이면지 등 여러 곳에 오랜 시간 걸쳐 기록한 아주 사적인 글을 재료로 하여 기억과 경험을 형태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를테면 일종의 그림일기인 셈이다.
재료가 되는 글은 의미를 갖는 가장 작은 단위인 단어로 압축되고, 압축된 단어는 다시 사물로 치환된다. 여기서의 사물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쓰이기보다는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에 기반해 은유적으로 기능한다.
시작점이 된 글과 최종적으로 형태화된 이미지는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지만 문장에서 단어로, 단어에서 사물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맥락이 탈락한다. 그렇기에 이미지를 읽고 해석하는 행위는 보는 이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며 압축된 단어만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의 언어(글)가 다른 하나(이미지)를 보조하거나 설명하는 기능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방향을 가진다.
목차
1. 기억의 오류를 넘어
일 인분의 몫
그렇게 어른이 되었습니다
집에 대한 몇 가지 단상
각자의 최선
공백과 쓸모에 대한 고찰
술래의 기분
안녕을 고해
2.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고 싶어
기억될 계절의 모양
미완의 마음
구석진 자리
불운 뒤에 오는 것
사라진, 사라지지 않는
도래하지 않았다
불안한 사람은 배워야 할 사랑이 많대
3. 부서지지 않는 어딘가
일종의 습관
읽거나 소유하거나, 아니면 버리거나
수렴과 발산
이것은 어쩌면 새로운 우정
여름을 무릅쓰고
이면을 이해하기
환영해 주세요
작은 승리
축하의 글
우리가 더 많이 떠올려야 하는 것들
책속의 문장
그저 떠나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다가도 내가 쥔 건 오답일 뿐이고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때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최대치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 실속이나 효율성을 내재한 태도. 어쩌면 그게 내가 가진 가난함의 근원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10p
나의 20대 대부분은 그런 식이었다. 술래잡기에서 영원히 술래가 된 기분으로 잡히지 않는 것들을 손에 잡으려 피곤하고 피곤하고 또 피곤하게 애를 써야 했던 날들. 증명이라는 단어가 낙인처럼 붙어 다니던 날들. 하지만 결국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날들. 그럴수록 악착같이 주먹을 쥐던 날들. 불안과 긴장, 예민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무언가 더 나은 상태를 열망한다는 것 자체로 나는 꽤 발전적인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26p
다시 혼자 지내는 생활에는 시차 없이 익숙해졌다. 언제 혼자가 아니었냐는 듯이. 가끔 꼭꼭 숨어 있던 외로움이 한번씩 마음을 헤집어 놓을 때가 있지만, 괜찮다. 긴 시간을 혼자 살면 친해지기 어려운 감정과도 종종 친구가 되는 법이니까. -41p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이해받는다는 것. 나는 우리의 우정이 그걸 성취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날 두고 사라진 그 애가 미웠다. ‘그만큼 나는 너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지’ 그런 마음이 불쑥불쑥 터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애의 삶에서 내가, 나의 삶에서 그 애가 닿지 않는 선을 그리며 비켜나 가는 게 견딜 수 없이 싫었다. -46p
어쩌면 이게 내가 인생에서 이뤄 낸 가장 큰 업적일지도 모르겠다. 늦기 전에 미움을 버린 것, 그리고 불행에 집중하느라 보지 못했던 그의 사랑을 발견한 것 말이다. 우리가 쌓아 올린 미약한 사랑, 그게 낡고 오래된 원망보다 강하다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이 글이 그를 슬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4p
왔다 가는 짧은 순간의 환희나 희열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디더라도 매일 조금씩 다듬으면서 나아가자는 마음을 갖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초라함이나 우월함이 날 잡아먹지 않도록 잘 살피면서, 만든 작업물들을 미워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속이거나 비겁해지지 않으면서, 그저 끈질기고 겸손하게. -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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