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품에서 자란 아이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문장을 쓰는 어른으로 자랐다. 불안에 웅크리기보다 차라리 사랑해 버리기로 마음먹은 사람. 친구와 가족을 넘어, 계절과 기물에 애정을 쏟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은 사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4월의 봄처럼 그냥 더 살고 싶어진다. 박지이 작가가 쓴 첫 번째 책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는 결핍과 불안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노력의 서사다. 또한 일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다정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상실과 후회도 세상을 사랑하려는 사람 앞에서는 힘을 잃고 흩어진다. 한 사람의 생이 달라질 만큼 누군가를 귀여워하는 마음에는 힘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생 전체를 잔잔하게 응원받는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천천히, 한 뼘 한 뼘 조금씩 살아갈 힘을 얻는다. 추도사를 바치는 기분으로 기록했다는 박지이 작가의 단어와 마침표 사이에서 긴 시간 안전하게 머물길 바란다.
책속의 문장
언제부터인가 나는 세련되게 가꾼 외모를 넘어 거대한 연민과 선의, 직감과 용기로 타인의 삶에 다정한 간섭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우아함을 본다. 그들은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 기꺼이 연대하고 최선을 다해 상한 우리를 생의 안쪽으로 힘껏 밀어준다. p.17
추억과 애정이 뒤섞인 물건들에게 오늘도 말합니다. 연못같이 낡고 고요한 이 집에서 우리 오래오래 함께 살자. p.37
우리는 결국 고아 아니면 미아가 될 것이기에, 모든 사랑은 연민과 함께일 때 상하지 않고 달아나지 않는다. p.59
어느 날 생이 슬며시 다가와 내 당신 앞의 날에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아맞혀 보겠어요? 한다면 까만 밤 그리고 나란히 누운 두 개의 뒤통수, 텔레비전 볼륨은 허밍처럼 희미한 보리차 냄새와, 노란 조명이 섞인 오늘 같은 날이 별처럼 수많기를. 나의 겨울에 오래도록 당신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p.62
살 만큼 살다 가자. 두고 갈 때 가더라도. 내 좋아하는 고운 옷 입고 친구도 만나고 미술관에도 기웃거리고, 온천도 가고 시장도 어슬렁거리면서. 가볍게, 기쁘게. p.89
연한 모래색 거품 위로 시나몬 가루를 쏟으며 콧노래 부르는 이유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 부지런히 두리번거린다. p.115
편집자의 말
이 책은 작가이자 편집자인 문희정이 꾸려가고 있는 소규모 1인 출판사 문화다방에서 만들었습니다. 섬세한 유리 조각 같은 글을 쓰는 여인이 글쓰기 수업을 듣기에 가르치기보단 만들고 싶어졌어요. 더 좋은 출판사에서 만들었다면 유명해질 수 있을 텐데 미안합니다. 그래도 박지이 작가님께 출간 작가 목걸이를 처음으로 걸어 주는 사람은 제가 되고 싶었어요. 보도자료를 쓰는 내내 이건 책 소개가 아닌 절절한 러브레터가 될 거라는 걸 미리 고백합니다.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온 마음과 제 알량한 재산을 쏟고 있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가 마찬가지로 유명인이 아닌 저자와 함께 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독자들이 어딘가에 올려주신 사진과 리뷰 덕분이었어요. 지난 9년 동안 무료로 책을 제공하는 일 없이, 서평단 없이, 광고 홍보비 없이 오로지 책만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책의 수명은 출간 시기부터 한 달이라는 출판계의 생리를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출간 시기와 관계없이 오래 옆에 두고 싶은 책을 만들고 있어요. ‘슬픔을 살피는’ 작가님의 글에서 ‘가여운 행복의 흔적들’을 발견하셨길 바랍니다. ‘담요의 온도를 빌린 눈빛으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노인의 품에서 자란 아이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문장을 쓰는 어른으로 자랐다. 불안에 웅크리기보다 차라리 사랑해 버리기로 마음먹은 사람. 친구와 가족을 넘어, 계절과 기물에 애정을 쏟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은 사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4월의 봄처럼 그냥 더 살고 싶어진다. 박지이 작가가 쓴 첫 번째 책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는 결핍과 불안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노력의 서사다. 또한 일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다정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상실과 후회도 세상을 사랑하려는 사람 앞에서는 힘을 잃고 흩어진다. 한 사람의 생이 달라질 만큼 누군가를 귀여워하는 마음에는 힘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생 전체를 잔잔하게 응원받는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천천히, 한 뼘 한 뼘 조금씩 살아갈 힘을 얻는다. 추도사를 바치는 기분으로 기록했다는 박지이 작가의 단어와 마침표 사이에서 긴 시간 안전하게 머물길 바란다.
책속의 문장
언제부터인가 나는 세련되게 가꾼 외모를 넘어 거대한 연민과 선의, 직감과 용기로 타인의 삶에 다정한 간섭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우아함을 본다. 그들은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 기꺼이 연대하고 최선을 다해 상한 우리를 생의 안쪽으로 힘껏 밀어준다. p.17
추억과 애정이 뒤섞인 물건들에게 오늘도 말합니다. 연못같이 낡고 고요한 이 집에서 우리 오래오래 함께 살자. p.37
우리는 결국 고아 아니면 미아가 될 것이기에, 모든 사랑은 연민과 함께일 때 상하지 않고 달아나지 않는다. p.59
어느 날 생이 슬며시 다가와 내 당신 앞의 날에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아맞혀 보겠어요? 한다면 까만 밤 그리고 나란히 누운 두 개의 뒤통수, 텔레비전 볼륨은 허밍처럼 희미한 보리차 냄새와, 노란 조명이 섞인 오늘 같은 날이 별처럼 수많기를. 나의 겨울에 오래도록 당신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p.62
살 만큼 살다 가자. 두고 갈 때 가더라도. 내 좋아하는 고운 옷 입고 친구도 만나고 미술관에도 기웃거리고, 온천도 가고 시장도 어슬렁거리면서. 가볍게, 기쁘게. p.89
연한 모래색 거품 위로 시나몬 가루를 쏟으며 콧노래 부르는 이유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 부지런히 두리번거린다. p.115
편집자의 말
이 책은 작가이자 편집자인 문희정이 꾸려가고 있는 소규모 1인 출판사 문화다방에서 만들었습니다. 섬세한 유리 조각 같은 글을 쓰는 여인이 글쓰기 수업을 듣기에 가르치기보단 만들고 싶어졌어요. 더 좋은 출판사에서 만들었다면 유명해질 수 있을 텐데 미안합니다. 그래도 박지이 작가님께 출간 작가 목걸이를 처음으로 걸어 주는 사람은 제가 되고 싶었어요. 보도자료를 쓰는 내내 이건 책 소개가 아닌 절절한 러브레터가 될 거라는 걸 미리 고백합니다.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온 마음과 제 알량한 재산을 쏟고 있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가 마찬가지로 유명인이 아닌 저자와 함께 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독자들이 어딘가에 올려주신 사진과 리뷰 덕분이었어요. 지난 9년 동안 무료로 책을 제공하는 일 없이, 서평단 없이, 광고 홍보비 없이 오로지 책만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책의 수명은 출간 시기부터 한 달이라는 출판계의 생리를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출간 시기와 관계없이 오래 옆에 두고 싶은 책을 만들고 있어요. ‘슬픔을 살피는’ 작가님의 글에서 ‘가여운 행복의 흔적들’을 발견하셨길 바랍니다. ‘담요의 온도를 빌린 눈빛으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관련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