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도, 책 만드는 일도, 그리고 살아가는 일도, 폴짝, 폴짝, 징검다리 건너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면. 경쾌한 발걸음으로 삶의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가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쓴 글의 일부를 고르고 다듬어 세 번째 책으로 엮었습니다. 책은 ‘쓰고 읽고 그리는 삶’, ‘기억 속에 사는 사람들’, ‘일곱 빛깔 결혼 생활’ 총 3장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처음으로 제가 그린 그림을 표지 그림과 삽화로 실었습니다. 첫 번째 책인 신혼 에세이와 두 번째 책인 수영 일기보다 사사롭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이번 책이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각자만의 의미를 지닌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운틴구구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책 만드는 일을 합니다. 산책을 좋아하고, 산책보다 수영을 더 좋아합니다. 『대파와 물안경』, 『하와이 수영장』을 쓰고 만들었습니다.
책속의 문장
『그 남자, 그 여자의 부엌』을 처음 읽었을 때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정서를 느꼈다. 저자가 취재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이혼이나 배우자와의 사별처럼 깊은 응어리가 담겨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요리처럼 소소한 행복도 녹아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매일 부엌에서 밥을 짓고 맛난 음식을 나누는 일상의 힘으로 삶의 고달픔과 애절함을 이겨내 온 건 아닐지. 삶의 굴곡을 마주하면서도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차분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평범한 삶’을 닮고 싶어서, 그렇게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었던 건지도 모른다.
-‘책과 시절 인연’ 중에서
그러고 보면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도,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도 참 어렵다. 가족 간의 사랑이라 가장 쉬워 보여도 가장 어려운 것이고.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하루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고백하듯 말씀하셨다. 우리 네 식구가 보스턴에서 일 년을 살았을 때 내가 어느 날 가족이 식탁에 모인 자리에서 당신께 말콤 글래드웰의 『Tipping Point(티핑 포인트)』를 건네며 읽어보시라 했다고. 아버지는 그때 생각하셨단다. ‘아아, 이제 돌아가도 되겠구나.’ 하고. 아버지는 이제 모든 근심이 사라지겠구나, 하고 마음을 놓으셨겠지만, 나는 또 아버지를 안심시켜 놓고 속으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나갈 궁리를 해나가고 있었던 것인데. 그렇게 서로 통하는 듯싶다가도 매번 어긋나는 것이 가족 간의 사랑인지도 몰랐다.
-‘보스턴에서 보낸 일 년을 돌아보며’ 중에서
나카가와 히데코의 글을 읽고서 우리 부부는 취향이 180도 달라도 성향이 비슷해서 조화롭게 잘 지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만약 취향마저 닮았더라면 어땠을까. 오히려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이 수저받침과 수세미를 사는 일에도 자기 취향을 밝히는 남자여서 자주 성가시다고 느끼지만, 나에게 살림의 영역을 떠맡기지 않고 사사건건 참견하는 남자여서 같이 사는 게 재밌기도 하다. 결국엔 서로 다른 취향을 조율하고 한쪽이 양보하지만, 그전까지 남편과 내가 '다름'을 두고 팽팽하게 논쟁할 때의 긴장을 은근히 즐기기도 한다.
-‘성향은 같지만 취향은 다른’ 중에서
물건을 길들인다는 건 불편함을 달갑게 받아들이고 정성을 기울이는 일, 물건에 덧입혀지는 시간의 흔적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퇴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내 일상의 풍경이 달라진 뒤에야 ‘길들이기’의 미덕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내가 소중히 여기고 싶은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서 집밥을 차리고 매일 설거지를 하다 보니 행주를 칫솔만큼이나 자주 쓰게 되었다. 그렇다면 생활과 밀착된 물건인 행주부터 내 마음에 드는 걸로 바꿔보면 어떨까? 나는 매일 소창 행주를 사용하면서 ‘길들이는 마음’을 되새기고 싶었다. 매일 무쇠 주전자로 물을 끓이는 정성까지는 아니어도, 당장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천천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다가가고 싶었다.
-‘소창 행주를 길들이며’ 중에서
글 쓰는 일도, 책 만드는 일도, 그리고 살아가는 일도, 폴짝, 폴짝, 징검다리 건너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면. 경쾌한 발걸음으로 삶의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가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쓴 글의 일부를 고르고 다듬어 세 번째 책으로 엮었습니다. 책은 ‘쓰고 읽고 그리는 삶’, ‘기억 속에 사는 사람들’, ‘일곱 빛깔 결혼 생활’ 총 3장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처음으로 제가 그린 그림을 표지 그림과 삽화로 실었습니다. 첫 번째 책인 신혼 에세이와 두 번째 책인 수영 일기보다 사사롭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이번 책이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각자만의 의미를 지닌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운틴구구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책 만드는 일을 합니다. 산책을 좋아하고, 산책보다 수영을 더 좋아합니다. 『대파와 물안경』, 『하와이 수영장』을 쓰고 만들었습니다.
책속의 문장
『그 남자, 그 여자의 부엌』을 처음 읽었을 때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정서를 느꼈다. 저자가 취재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이혼이나 배우자와의 사별처럼 깊은 응어리가 담겨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요리처럼 소소한 행복도 녹아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매일 부엌에서 밥을 짓고 맛난 음식을 나누는 일상의 힘으로 삶의 고달픔과 애절함을 이겨내 온 건 아닐지. 삶의 굴곡을 마주하면서도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차분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평범한 삶’을 닮고 싶어서, 그렇게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었던 건지도 모른다.
-‘책과 시절 인연’ 중에서
그러고 보면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도,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도 참 어렵다. 가족 간의 사랑이라 가장 쉬워 보여도 가장 어려운 것이고.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하루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고백하듯 말씀하셨다. 우리 네 식구가 보스턴에서 일 년을 살았을 때 내가 어느 날 가족이 식탁에 모인 자리에서 당신께 말콤 글래드웰의 『Tipping Point(티핑 포인트)』를 건네며 읽어보시라 했다고. 아버지는 그때 생각하셨단다. ‘아아, 이제 돌아가도 되겠구나.’ 하고. 아버지는 이제 모든 근심이 사라지겠구나, 하고 마음을 놓으셨겠지만, 나는 또 아버지를 안심시켜 놓고 속으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나갈 궁리를 해나가고 있었던 것인데. 그렇게 서로 통하는 듯싶다가도 매번 어긋나는 것이 가족 간의 사랑인지도 몰랐다.
-‘보스턴에서 보낸 일 년을 돌아보며’ 중에서
나카가와 히데코의 글을 읽고서 우리 부부는 취향이 180도 달라도 성향이 비슷해서 조화롭게 잘 지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만약 취향마저 닮았더라면 어땠을까. 오히려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이 수저받침과 수세미를 사는 일에도 자기 취향을 밝히는 남자여서 자주 성가시다고 느끼지만, 나에게 살림의 영역을 떠맡기지 않고 사사건건 참견하는 남자여서 같이 사는 게 재밌기도 하다. 결국엔 서로 다른 취향을 조율하고 한쪽이 양보하지만, 그전까지 남편과 내가 '다름'을 두고 팽팽하게 논쟁할 때의 긴장을 은근히 즐기기도 한다.
-‘성향은 같지만 취향은 다른’ 중에서
물건을 길들인다는 건 불편함을 달갑게 받아들이고 정성을 기울이는 일, 물건에 덧입혀지는 시간의 흔적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퇴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내 일상의 풍경이 달라진 뒤에야 ‘길들이기’의 미덕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내가 소중히 여기고 싶은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서 집밥을 차리고 매일 설거지를 하다 보니 행주를 칫솔만큼이나 자주 쓰게 되었다. 그렇다면 생활과 밀착된 물건인 행주부터 내 마음에 드는 걸로 바꿔보면 어떨까? 나는 매일 소창 행주를 사용하면서 ‘길들이는 마음’을 되새기고 싶었다. 매일 무쇠 주전자로 물을 끓이는 정성까지는 아니어도, 당장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천천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다가가고 싶었다.
-‘소창 행주를 길들이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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