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작가의 글은 모두 사실일까. 글 속의 감정과 깨달음은 모두 진실일까.”
『가장 투명한 거짓말』은 에세이의 진실과 거짓에 관한 오수영 작가의 생활 산문집이다. 작가는 10년간 매해 에세이집을 출간하며 이따금 스스로 질문에 사로잡힌다. 자신이 기록한 글이 모두 사실인지, 글 속의 감정과 깨달음은 모두 진실인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믿는다. 에세이는 허구를 기반으로 쓰는 소설과는 달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직접 풀어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에세이도 일종의 허구라고 믿는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글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기억을 가공하고 편집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허구를 전제하는 방식이라면 에세이는 허구를 경계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모두가 소설의 허구는 이야기를 위해 합의된 설정임을 알고 있지만, 에세이의 허구는 글의 완성도를 위한 설정일지라도 결국 꾸며낸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결국 에세이를 쓰는 일이란 가면을 쓰는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가면을 활용하는 방식과 정도에 따라 완전한 허구를 꾸며내 자신과 독자를 기만하는 검붉은 거짓말이 되거나, 혹은 자신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위해 기억을 선택하고 편집하는 투명한 거짓말이 된다고 믿는다. 가면은 주로 정체를 숨기기 위해 쓰지만, 역설적으로 가면 뒤에 숨어 내면의 깊숙한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서도 쓰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산문과 단상 속에는 저자가 에세이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지켜내려는 일상의 균형과 태도가 담겨 있다. 그 묵묵한 흔적들을 기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자는 자신의 가면이 검붉게 물들지 않도록 분투하겠다는 최소한의, 혹은 최대한의 약속을 책 속에 남긴다.
저자 소개
작가. 출판인. 생활인.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쓰고 만든다. 한동안 항공사 객실승원부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먼 길을 우회하여 다시 꿈꾸는 삶으로 돌아왔다. 저서로는 『흘러간 시간에 기대어』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조용한 하루』 『사랑의 장면들』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아무 날의 비행일지』 『긴 작별 인사』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진부한 에세이』가 있다.
책속의 문장
에세이를 쓰는 일이란 가면을 쓰는 일이다. 가면은 주로 정체를 숨기기 위해 쓰지만, 역설적으로 가면 뒤에 숨어 내면의 깊숙한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서도 쓴다. 물론 가면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불온한 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내가 가면 뒤에서 가장 용감하고 솔직해지는 사람이라면, 오직 그때만 모든 진실과 마음을 눌러 담아 가장 투명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나는 계속해서 가면을 쓰고 싶다. P.9
나의 거울은 언제나 나를 실제보다 작게 비췄다.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청춘의 모든 것을 유예했다. 내가 먼저 커지고 싶었고, 커진 후에 청춘을 돌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았다. 세상엔 미루면 안 되는 일들이 많았고, 한 번 미뤄진 일들은 대부분 그것으로 작별이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거울 속의 나하고만 지냈다. 거울 밖의 세상은 외면한 채 나랑만 놀았고 나랑만 싸웠다. P.22
바닥에 정리해 둔 책들을 차례로 훑어보며 상자에 담는다. 지난 삶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걸 보면, 결국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내 삶의 이력과 다름없다. 책들은 나조차도 잊고 살았던 나의 과거를 고스란히 품은 채 서가에서 묵묵히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때가 되면 우연을 가장해 내 앞에 다시 나타난다. 지금의 너를 존재하게 해준 것들을 절대 잊고 살지 말라는 것처럼. P.41
꾸준함은 가성비가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시간의 축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꾸준함을 유지할 때는 좀처럼 변화를 느끼지 못하다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맨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억울한 게임이다. 시작한 이상 끝까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도 꾸준함의 발자국에는 탄성이 있어서 몸과 마음이 과거의 노력을 기억하고 있다. P.37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매 순간 전력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삶의 대가로 받아 든 결과를 묵묵히 책임지는 것. 돌이킬 수 없는 한순간의 삶이라면 자신을 위해 조금 더 무모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설령 모두 타버린 재만 남을지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내는 방식으로.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나 자신만큼은 매 순간 치열하고 뜨거웠던 나의 발자국을 영원히 기억할 테니까. P.68


“에세이 작가의 글은 모두 사실일까. 글 속의 감정과 깨달음은 모두 진실일까.”
『가장 투명한 거짓말』은 에세이의 진실과 거짓에 관한 오수영 작가의 생활 산문집이다. 작가는 10년간 매해 에세이집을 출간하며 이따금 스스로 질문에 사로잡힌다. 자신이 기록한 글이 모두 사실인지, 글 속의 감정과 깨달음은 모두 진실인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믿는다. 에세이는 허구를 기반으로 쓰는 소설과는 달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직접 풀어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에세이도 일종의 허구라고 믿는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글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기억을 가공하고 편집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허구를 전제하는 방식이라면 에세이는 허구를 경계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모두가 소설의 허구는 이야기를 위해 합의된 설정임을 알고 있지만, 에세이의 허구는 글의 완성도를 위한 설정일지라도 결국 꾸며낸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결국 에세이를 쓰는 일이란 가면을 쓰는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가면을 활용하는 방식과 정도에 따라 완전한 허구를 꾸며내 자신과 독자를 기만하는 검붉은 거짓말이 되거나, 혹은 자신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위해 기억을 선택하고 편집하는 투명한 거짓말이 된다고 믿는다. 가면은 주로 정체를 숨기기 위해 쓰지만, 역설적으로 가면 뒤에 숨어 내면의 깊숙한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서도 쓰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산문과 단상 속에는 저자가 에세이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지켜내려는 일상의 균형과 태도가 담겨 있다. 그 묵묵한 흔적들을 기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자는 자신의 가면이 검붉게 물들지 않도록 분투하겠다는 최소한의, 혹은 최대한의 약속을 책 속에 남긴다.
저자 소개
작가. 출판인. 생활인.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쓰고 만든다. 한동안 항공사 객실승원부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먼 길을 우회하여 다시 꿈꾸는 삶으로 돌아왔다. 저서로는 『흘러간 시간에 기대어』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조용한 하루』 『사랑의 장면들』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아무 날의 비행일지』 『긴 작별 인사』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진부한 에세이』가 있다.
책속의 문장
에세이를 쓰는 일이란 가면을 쓰는 일이다. 가면은 주로 정체를 숨기기 위해 쓰지만, 역설적으로 가면 뒤에 숨어 내면의 깊숙한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서도 쓴다. 물론 가면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불온한 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내가 가면 뒤에서 가장 용감하고 솔직해지는 사람이라면, 오직 그때만 모든 진실과 마음을 눌러 담아 가장 투명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나는 계속해서 가면을 쓰고 싶다. P.9
나의 거울은 언제나 나를 실제보다 작게 비췄다.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청춘의 모든 것을 유예했다. 내가 먼저 커지고 싶었고, 커진 후에 청춘을 돌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았다. 세상엔 미루면 안 되는 일들이 많았고, 한 번 미뤄진 일들은 대부분 그것으로 작별이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거울 속의 나하고만 지냈다. 거울 밖의 세상은 외면한 채 나랑만 놀았고 나랑만 싸웠다. P.22
바닥에 정리해 둔 책들을 차례로 훑어보며 상자에 담는다. 지난 삶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걸 보면, 결국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내 삶의 이력과 다름없다. 책들은 나조차도 잊고 살았던 나의 과거를 고스란히 품은 채 서가에서 묵묵히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때가 되면 우연을 가장해 내 앞에 다시 나타난다. 지금의 너를 존재하게 해준 것들을 절대 잊고 살지 말라는 것처럼. P.41
꾸준함은 가성비가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시간의 축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꾸준함을 유지할 때는 좀처럼 변화를 느끼지 못하다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맨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억울한 게임이다. 시작한 이상 끝까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도 꾸준함의 발자국에는 탄성이 있어서 몸과 마음이 과거의 노력을 기억하고 있다. P.37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매 순간 전력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삶의 대가로 받아 든 결과를 묵묵히 책임지는 것. 돌이킬 수 없는 한순간의 삶이라면 자신을 위해 조금 더 무모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설령 모두 타버린 재만 남을지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내는 방식으로.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나 자신만큼은 매 순간 치열하고 뜨거웠던 나의 발자국을 영원히 기억할 테니까.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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