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램'이란 라틴 알파벳의 경우 a-z까지, 한글의 경우 ㄱ-ㅎ까지 한 글자씩은 모두 포함한 한 문장을 의미합니다. 누타입은 재밌는 팬그램을 모아 «팬그램 북Pangram Book»을 제작해, 언어와 문자의 구조적 아름다움과 놀이, 학습으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친숙한 ‘동물’을 키워드로 한 팬그램 문장을 제작하고, 이에 어울리는 삽화를 함께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문
조형적 언어, 팬그램이 만들어내는 낯선 문장들 타입 디자이너에게 팬그램은 도구에 가깝다. 글자의 조형과 균형을 점검하고, 때로는 매대에서 마네킹의 역할을 수행해주기도 하는 기능적 문장이다. 팬그램은 가능한 짧은 길이에 문자의 모든(혹은 대표적인) 자소를 포함하는 경제적인 특징 덕분에 폰트의 조형을 한눈에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즉, 팬그램은 의미를 전달하는 문장이라기보다는 형태를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조형 중심 언어라 볼 수 있다.
해외에는 팬그램을 단순히 폰트를 보여주기 위한 용도 외에 게임, 학습, 연구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한다. 널리 알려진 영문 팬그램이자, 윈도우, 맥의 폰트 설치 샘플 문장인 ‘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 뿐만 아니라, 팬그램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웹 도구, 여러 팬그램을 수집·분류하여 무료로 공개해둔 데이터베이스, 팬그램 조건을 충족하는 십자말풀이를 모아둔 웹 사이트 등, 팬그램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한글 팬그램은 상대적으로 드물고 단조롭다. 널리 활용되는 문장은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이며, 한글 팬그램을 조망한 문헌이나 자료도 거의 없다. 한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타입 디자이너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은 아쉬움을 넘어 일종의 공백처럼 느껴졌고, 팬그램 북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팬그램을 만드는 일은 단지 필요한 것을 충당하려는 목적 뿐만이 아니라, 이 형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알리고, 이를 통해 팬그램이라는 한정된 형식 안에서의 창작과 해석, 그리고 결과가 더 많이 축적되길 바라는 동기에서였다. 팬그램의 본질이자 가장 큰 제약은 분명하다. 언어의 문자 체계 전체, 즉 해당 언어에서 사용 가능한 자소를 최소한 한 번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중략)
팬그램은 조형적 판단을 위한 기술적 문장에 가깝지만, 그 언어적 구조를 확장하면 창작과 상상의 기반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비의도적 조합에서 시작된 문장이 새로운 이미지를 자극하고, 문장의 기이함이 상상력을 유도하는 방식은 교육, 창작,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책은 타입 디자이너로서의 실무적 필요성에서 출발했지만, 그 너머로 우리가 보지 못한 다양한 상황에서 팬그램이 사용되고 연구되기를 바란다.







'팬그램'이란 라틴 알파벳의 경우 a-z까지, 한글의 경우 ㄱ-ㅎ까지 한 글자씩은 모두 포함한 한 문장을 의미합니다. 누타입은 재밌는 팬그램을 모아 «팬그램 북Pangram Book»을 제작해, 언어와 문자의 구조적 아름다움과 놀이, 학습으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친숙한 ‘동물’을 키워드로 한 팬그램 문장을 제작하고, 이에 어울리는 삽화를 함께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문
조형적 언어, 팬그램이 만들어내는 낯선 문장들 타입 디자이너에게 팬그램은 도구에 가깝다. 글자의 조형과 균형을 점검하고, 때로는 매대에서 마네킹의 역할을 수행해주기도 하는 기능적 문장이다. 팬그램은 가능한 짧은 길이에 문자의 모든(혹은 대표적인) 자소를 포함하는 경제적인 특징 덕분에 폰트의 조형을 한눈에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즉, 팬그램은 의미를 전달하는 문장이라기보다는 형태를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조형 중심 언어라 볼 수 있다.
해외에는 팬그램을 단순히 폰트를 보여주기 위한 용도 외에 게임, 학습, 연구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한다. 널리 알려진 영문 팬그램이자, 윈도우, 맥의 폰트 설치 샘플 문장인 ‘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 뿐만 아니라, 팬그램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웹 도구, 여러 팬그램을 수집·분류하여 무료로 공개해둔 데이터베이스, 팬그램 조건을 충족하는 십자말풀이를 모아둔 웹 사이트 등, 팬그램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한글 팬그램은 상대적으로 드물고 단조롭다. 널리 활용되는 문장은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이며, 한글 팬그램을 조망한 문헌이나 자료도 거의 없다. 한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타입 디자이너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은 아쉬움을 넘어 일종의 공백처럼 느껴졌고, 팬그램 북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팬그램을 만드는 일은 단지 필요한 것을 충당하려는 목적 뿐만이 아니라, 이 형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알리고, 이를 통해 팬그램이라는 한정된 형식 안에서의 창작과 해석, 그리고 결과가 더 많이 축적되길 바라는 동기에서였다. 팬그램의 본질이자 가장 큰 제약은 분명하다. 언어의 문자 체계 전체, 즉 해당 언어에서 사용 가능한 자소를 최소한 한 번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중략)
팬그램은 조형적 판단을 위한 기술적 문장에 가깝지만, 그 언어적 구조를 확장하면 창작과 상상의 기반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비의도적 조합에서 시작된 문장이 새로운 이미지를 자극하고, 문장의 기이함이 상상력을 유도하는 방식은 교육, 창작,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책은 타입 디자이너로서의 실무적 필요성에서 출발했지만, 그 너머로 우리가 보지 못한 다양한 상황에서 팬그램이 사용되고 연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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