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톰 보렐리가 쓰고 그린 제주의 귀신과 신들
K-역사와 전통신앙에 푹 빠진 영국인의 시선으로 본 제주의 귀신과 신화 이야기
흔히 제주는 바위, 바람, 여자가 풍요롭다고 하여 ‘삼다三多섬’이라 불린다. 그러나 제주의 진정한 매력은 눈에 보이는 풍요보다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면에 있다. 제주는 ‘삼재三災’의 섬이기도 하다.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열악한 토양, 거센 바람이 불어 재앙이 불어닥치는 일도 부지기수. 외세의 침략을 받았어도 한반도 본토의 일만큼 주목받지 못하였고, 때로는 같은 한국의 뭍 사람들로부터 경제적 착취와 문화적 억압을 당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 피어난 제주 신화는 한국의 신화와 또 달랐다.
그동안 한국의 신화는 유교 문화권을 거치며 왕과 집권층 위주의 이야기, 나라의 건국 신화 같은 종류의 이야기들이 주로 전승되어왔다. 그에 비해 제주의 신화는 인간적인 면모가 도드라진다. 제주에는 250여 개의 신당, 400여 명의 무당, 500여 편의 무가, 1만 8천여 명의 신들이 전해진다. 제주의 신들에게는 애환이 담겨 있다. 특히 한국의 귀신들이 다른 동아시아권 귀신들과 다른 점은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다는 점인데, 제주의 귀신들도 그런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북쪽 해안에서 어부들을 지키는 바다의 신 '영등할망'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 '외눈배기'
거대한 화산 바위 형상을 한 귀신 '홀어멍돌'
제주에서 난잡하기로 유명한 귀신 '오소리잡놈'
그동안 제주도를 여러 번 여행했지만, 제주의 신당을 찾아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 톰 보렐리는 제주에 지내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뿐만 아니라 제주의 신당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고 있다. 제주 신당들은 모르고 가면 그냥 지나칠 만한 초라한 풍경이 대다수였다.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 못해서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남아있는 제주신들의 이야기를 ‘외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기서 외지인이란 영국인 작가 자신이기도 하지만, 아직 제주의 많은 면면을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와 영어를 병기하였다.
책속의 문장
p.8
책에서 묘사된 한국은 사람만큼이나 귀신과 신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신들은 산과 바다, 마을과 주택의 각 방을 담당하고 있었고, 동물뿐 아니라 식물, 심지어 일상적인 물건에도 귀신이 깃들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도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이나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고, 그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오늘날 전통 가옥과 마을, 그리고 그곳에 깃들어 사는 신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무속인을 통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p.16
제주에는 250개의 신당, 400명의 무당, 500편의 무가, 1만 8천여 명의 신이 있다. 그렇다고 섬 전체가 웅장한 사원과 신당으로만 뒤덮여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 신들의 안식처는 일반적으로 작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있다. 그 신성한 경계는 간소한 돌담일 뿐이며 신당을 드리운 튼튼한 폭낭(팽나무의 제주 방언)이 지붕을 대신한다. 이러한 간소함은 신성함을 부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분명히 보여준다. 신당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어우러져 있다. 신당에 대해 알고 나면, 섬 전체가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용왕이 해안을 보호하고, 바람의 신 ‘영등할망’의 숨결이 바다를 어루만진다. 울퉁불퉁한 화산 언덕 ‘오름’의 꼭대기에는 ‘산신’을 모시는 신당이 있고, 섬 중앙에 있는 화산에는 이 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의 마지막 안식처가 있다.
톰 보렐리 Tom Borrelli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역사를 공부한 후, 한국에 와서 8년 넘게 살고 있다. 7년간 영어와 역사를 가르치고, 1년 동안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한국의 역사와 전통에 매료되었다. 지난 4년간 제주도에 살면서 150여 곳이 넘는 신당을 방문했다. 제주의 모든 신당과 신들을 찾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인 톰 보렐리가 쓰고 그린 제주의 귀신과 신들
K-역사와 전통신앙에 푹 빠진 영국인의 시선으로 본 제주의 귀신과 신화 이야기
흔히 제주는 바위, 바람, 여자가 풍요롭다고 하여 ‘삼다三多섬’이라 불린다. 그러나 제주의 진정한 매력은 눈에 보이는 풍요보다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면에 있다. 제주는 ‘삼재三災’의 섬이기도 하다.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열악한 토양, 거센 바람이 불어 재앙이 불어닥치는 일도 부지기수. 외세의 침략을 받았어도 한반도 본토의 일만큼 주목받지 못하였고, 때로는 같은 한국의 뭍 사람들로부터 경제적 착취와 문화적 억압을 당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 피어난 제주 신화는 한국의 신화와 또 달랐다.
그동안 한국의 신화는 유교 문화권을 거치며 왕과 집권층 위주의 이야기, 나라의 건국 신화 같은 종류의 이야기들이 주로 전승되어왔다. 그에 비해 제주의 신화는 인간적인 면모가 도드라진다. 제주에는 250여 개의 신당, 400여 명의 무당, 500여 편의 무가, 1만 8천여 명의 신들이 전해진다. 제주의 신들에게는 애환이 담겨 있다. 특히 한국의 귀신들이 다른 동아시아권 귀신들과 다른 점은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다는 점인데, 제주의 귀신들도 그런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북쪽 해안에서 어부들을 지키는 바다의 신 '영등할망'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 '외눈배기'
거대한 화산 바위 형상을 한 귀신 '홀어멍돌'
제주에서 난잡하기로 유명한 귀신 '오소리잡놈'
그동안 제주도를 여러 번 여행했지만, 제주의 신당을 찾아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 톰 보렐리는 제주에 지내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뿐만 아니라 제주의 신당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고 있다. 제주 신당들은 모르고 가면 그냥 지나칠 만한 초라한 풍경이 대다수였다.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 못해서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남아있는 제주신들의 이야기를 ‘외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기서 외지인이란 영국인 작가 자신이기도 하지만, 아직 제주의 많은 면면을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와 영어를 병기하였다.
책속의 문장
p.8
책에서 묘사된 한국은 사람만큼이나 귀신과 신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신들은 산과 바다, 마을과 주택의 각 방을 담당하고 있었고, 동물뿐 아니라 식물, 심지어 일상적인 물건에도 귀신이 깃들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도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이나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고, 그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오늘날 전통 가옥과 마을, 그리고 그곳에 깃들어 사는 신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무속인을 통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p.16
제주에는 250개의 신당, 400명의 무당, 500편의 무가, 1만 8천여 명의 신이 있다. 그렇다고 섬 전체가 웅장한 사원과 신당으로만 뒤덮여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 신들의 안식처는 일반적으로 작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있다. 그 신성한 경계는 간소한 돌담일 뿐이며 신당을 드리운 튼튼한 폭낭(팽나무의 제주 방언)이 지붕을 대신한다. 이러한 간소함은 신성함을 부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분명히 보여준다. 신당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어우러져 있다. 신당에 대해 알고 나면, 섬 전체가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용왕이 해안을 보호하고, 바람의 신 ‘영등할망’의 숨결이 바다를 어루만진다. 울퉁불퉁한 화산 언덕 ‘오름’의 꼭대기에는 ‘산신’을 모시는 신당이 있고, 섬 중앙에 있는 화산에는 이 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의 마지막 안식처가 있다.
톰 보렐리 Tom Borrelli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역사를 공부한 후, 한국에 와서 8년 넘게 살고 있다. 7년간 영어와 역사를 가르치고, 1년 동안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한국의 역사와 전통에 매료되었다. 지난 4년간 제주도에 살면서 150여 곳이 넘는 신당을 방문했다. 제주의 모든 신당과 신들을 찾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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