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적 번역》은 서로 다른 감각으로 감상 되는 형태의 작품을 창작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음악가, 조향사, 요리사, 텍스타일 작가가 서로의 작품을 재해석하고 음악, 향 등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는 과정과 결과를 담은 프로젝트로, 그 결과물은 2024년 10월 ‘큐 아카이브’에서 전시를 통해 선보였다. 프로젝트의 내용을 정리해 엮은 이 책은 작품 뿐 아니라 기획의 시작부터 진행 과정에 관한 이야기와 각 참여자의 창작 방법 및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담화의 형식을 통해 면밀히 담고 있다. 또한, 청각적 번역을 거쳐 제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링크, 후각적 번역 과정을 거쳐 제작한 향료를 뿌린 시향지를 본문 내지에 포함해 구성함으로써 현장에서 전시를 감상하지 않은 독자 역시 공감각적 방법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024년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책 속의 문장
새롬: 작업 방식을 릴레이로 정한 뒤 ‘번역’이라는 개념을 곧바로 연상했어요. 이어서 저희 프로젝트의 정체성이자 타이틀로 떠올린 ‘공감각적 번역’은 서로 다른 감각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작품을 주고받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내포한다고 생각했어요. 청각을 예로 들면 사실 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것도 형태적 번역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 프로젝트는 마치 씨실과 날실을 직조하듯이 소리를 번역한 글을 이미지로 번역하고, 그 이미지를 다시 소리로 번역하고, 마지막으로 그 소리를 또 이미지로 번역하는 구성인 거죠. – 기획 담화: #5 ‘공감각적 번역’이라는 제목 중
새롬: 전시라는 작품 발표 방법을 정한 뒤에 도록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뒤따라왔어요. 여러 감각을 다룬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큰 특징인데, 전시장에서 작품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전달하기 어려운 감각들이 있으니까요. 각 작품의 특징을 담기 위해서는 도록이 작품 사진을 나열하는 보편적인 형식을 취하기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게 일종의 작가노트 같은 역할을 겸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예린: 그래서 도록의 형태와 구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다가 작가와의 대화를 싣는 방식의 도록을 구상하게 됐어요. 개인이 지속하던 작품을 전시하는 개인전이나 그룹전이 아닌 TF식의 프로젝트 형태이다 보니, 창작자의 히스토리나 작품관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소통과 번역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롬: 작품이 모두 개별적으로 제작 되기는 했지만, 앞뒤로 시각 작품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어지는 맥락도 있잖아요. 비슷한 방식으로 저희와 작가들이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작업에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담화 과정에서 서로가 해석한 작품의 내용과 그에 따른 번역방법, 의도치않게 발생했던 오역 같은 것도 풀어놓을 수 있겠다 기대했죠. – 기획 담화: #8 도록의 형태와 구성 중
새롬: 지난 주에는 촉각 작가와 담화를 나눴는데, 그분은 번역 과정에서 저희가 전달한 이미지를 받고 ‘위, 아래’의 개념을 중점적으로 보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촉각이란 게 결국에는 3차원 공간 안에서 만져지는 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분에게는 X, Y, Z축의 위치 감각이 중요해지는 거죠. 그런데 군시팀은 두 분 모두‘시작과 끝’에 대한 키워드를 핵심으로 꼽으셨잖아요. 평면의 시각물을 만드는 경우 보통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을 구분하는 경우가 딱히 없어요. 여러 개의 레이어를 순차적으로 쌓았다고 해도 이미지로서는 하나의 평면 위에서 모든 형태가 한 번에 펼쳐지고요. 그런데 음악은 시간성이라는 특성이 너무 분명한 매체이기 때문에 그것에 초점을 맞추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창작자마다 다루는 매체의 특징에 따라서 감상과 번역의 초점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었어요. – 청각 담화 중
기석: 평소에도 향을 만들 때 이런 식으로 곧잘 이야기를 상상하며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사한 향이어도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하는지에 따라 정말 다양한 방향으로 풀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자주 이야기를 만들려고 해요. – 후각 담화 중
준형: 이번 작업은 우선 겉면의 젤라틴이 들어간 쫀득한 식감의 살구 무스로 시작해서, 안쪽에 있는 시트러스의 산미를 느끼고, 마지막은 고수향으로 마무리하는 구조를 유도했습니다. 사실 음식은 미각에 앞서 무조건 시각적으로 먼저 먹을 수밖에 없어요. 혀는 항상 시각적 정보를 통해 먼저 맛을 예상 하거든요. 그것을 깨뜨리는 식감과 맛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 미각 담화 중
지혜: 처음 새롬 씨가 보내온 이미지를 받았을 때,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은 입자들이 있고, 그 아래에 큰 덩어리들과 또 큰 덩어리에서 흩어지는 작은 파편들이 보였거든요. 중간에는 그들을 잇는 선이 있는데, 이것이 부서져 내리는 건지, 뭉쳐 올라가는 건지 판단을 내릴 수 없고, 모호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저는 이 모호함이 친숙했어요. 스스로 ‘저 자체에 절대적인 게 없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모호함’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미지를 봤을 때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촉각 담화 중
《공감각적 번역》은 서로 다른 감각으로 감상 되는 형태의 작품을 창작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음악가, 조향사, 요리사, 텍스타일 작가가 서로의 작품을 재해석하고 음악, 향 등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는 과정과 결과를 담은 프로젝트로, 그 결과물은 2024년 10월 ‘큐 아카이브’에서 전시를 통해 선보였다. 프로젝트의 내용을 정리해 엮은 이 책은 작품 뿐 아니라 기획의 시작부터 진행 과정에 관한 이야기와 각 참여자의 창작 방법 및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담화의 형식을 통해 면밀히 담고 있다. 또한, 청각적 번역을 거쳐 제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링크, 후각적 번역 과정을 거쳐 제작한 향료를 뿌린 시향지를 본문 내지에 포함해 구성함으로써 현장에서 전시를 감상하지 않은 독자 역시 공감각적 방법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024년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책 속의 문장
새롬: 작업 방식을 릴레이로 정한 뒤 ‘번역’이라는 개념을 곧바로 연상했어요. 이어서 저희 프로젝트의 정체성이자 타이틀로 떠올린 ‘공감각적 번역’은 서로 다른 감각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작품을 주고받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내포한다고 생각했어요. 청각을 예로 들면 사실 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것도 형태적 번역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 프로젝트는 마치 씨실과 날실을 직조하듯이 소리를 번역한 글을 이미지로 번역하고, 그 이미지를 다시 소리로 번역하고, 마지막으로 그 소리를 또 이미지로 번역하는 구성인 거죠. – 기획 담화: #5 ‘공감각적 번역’이라는 제목 중
새롬: 전시라는 작품 발표 방법을 정한 뒤에 도록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뒤따라왔어요. 여러 감각을 다룬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큰 특징인데, 전시장에서 작품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전달하기 어려운 감각들이 있으니까요. 각 작품의 특징을 담기 위해서는 도록이 작품 사진을 나열하는 보편적인 형식을 취하기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게 일종의 작가노트 같은 역할을 겸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예린: 그래서 도록의 형태와 구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다가 작가와의 대화를 싣는 방식의 도록을 구상하게 됐어요. 개인이 지속하던 작품을 전시하는 개인전이나 그룹전이 아닌 TF식의 프로젝트 형태이다 보니, 창작자의 히스토리나 작품관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소통과 번역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롬: 작품이 모두 개별적으로 제작 되기는 했지만, 앞뒤로 시각 작품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어지는 맥락도 있잖아요. 비슷한 방식으로 저희와 작가들이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작업에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담화 과정에서 서로가 해석한 작품의 내용과 그에 따른 번역방법, 의도치않게 발생했던 오역 같은 것도 풀어놓을 수 있겠다 기대했죠. – 기획 담화: #8 도록의 형태와 구성 중
새롬: 지난 주에는 촉각 작가와 담화를 나눴는데, 그분은 번역 과정에서 저희가 전달한 이미지를 받고 ‘위, 아래’의 개념을 중점적으로 보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촉각이란 게 결국에는 3차원 공간 안에서 만져지는 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분에게는 X, Y, Z축의 위치 감각이 중요해지는 거죠. 그런데 군시팀은 두 분 모두‘시작과 끝’에 대한 키워드를 핵심으로 꼽으셨잖아요. 평면의 시각물을 만드는 경우 보통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을 구분하는 경우가 딱히 없어요. 여러 개의 레이어를 순차적으로 쌓았다고 해도 이미지로서는 하나의 평면 위에서 모든 형태가 한 번에 펼쳐지고요. 그런데 음악은 시간성이라는 특성이 너무 분명한 매체이기 때문에 그것에 초점을 맞추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창작자마다 다루는 매체의 특징에 따라서 감상과 번역의 초점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었어요. – 청각 담화 중
기석: 평소에도 향을 만들 때 이런 식으로 곧잘 이야기를 상상하며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사한 향이어도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하는지에 따라 정말 다양한 방향으로 풀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자주 이야기를 만들려고 해요. – 후각 담화 중
준형: 이번 작업은 우선 겉면의 젤라틴이 들어간 쫀득한 식감의 살구 무스로 시작해서, 안쪽에 있는 시트러스의 산미를 느끼고, 마지막은 고수향으로 마무리하는 구조를 유도했습니다. 사실 음식은 미각에 앞서 무조건 시각적으로 먼저 먹을 수밖에 없어요. 혀는 항상 시각적 정보를 통해 먼저 맛을 예상 하거든요. 그것을 깨뜨리는 식감과 맛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 미각 담화 중
지혜: 처음 새롬 씨가 보내온 이미지를 받았을 때,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은 입자들이 있고, 그 아래에 큰 덩어리들과 또 큰 덩어리에서 흩어지는 작은 파편들이 보였거든요. 중간에는 그들을 잇는 선이 있는데, 이것이 부서져 내리는 건지, 뭉쳐 올라가는 건지 판단을 내릴 수 없고, 모호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저는 이 모호함이 친숙했어요. 스스로 ‘저 자체에 절대적인 게 없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모호함’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미지를 봤을 때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촉각 담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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