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873년 발명된 이래 지속적이며 폭발적인 생명력으로 사랑받아온 Levi's 501 진. 회사의 창립자이자 청바지의 아버지로 알려진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정작 진 만드는 데는 그리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구리리벳을 박아 말 두 마리가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도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청바지, 즉 기특한 워크웨어로 시작해 어느덧 입는 사람마다 그 해석과 적용으로 스타일 정립의 마법 재료가 된 501XX. 일상적인 움직임을 통해 한 사람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이를 먹는 동안, 그가 바라보고 겪어온 모험의 역사가 성실하게 누적된 ‘옷’은 때로는 그의 신체만큼이나 놀랍도록 우리 정신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501의 지독한 팬이자 성실한 빈티지 리서처인 아오타는 숨어 있던 여러 사료(리바이스의 구인광고까지…)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리바이스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사실보다, 전혀 몰랐던 사실, 어쩌면 영원히 몰라도 될 사실, 몰라도 입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사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알고 나서는 한 번 더 시선을 머물게 만드는 작디작은 진의 요소들, 원단의 작은 굴곡, 스티치의 미묘한 색상 등을 배우게 됩니다. 어쩌면 당신은 막연히 좋아하던 것에서 전혀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하고, 그제서야 진짜로 그것을 알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혹은 한층 좋아하는 마음을 다지게 될 것입니다. 이 애정은 우리가 가진 고작 한 장의 의류에서 150여 년의 역사를 감지하는 동안 스민 전리품이겠죠.
이 책은 리바이스 진에 관한 개인적인 조사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 공개된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특허와 상표, 당시 신문 광고 그리고 아주 운 좋게 구한 카탈로그 등을 통해 습득한 내용을 엮었습니다. 이 책은 187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친 약 100년간의 일을 다룹니다. 즉 블루진blue jeans이 탄생했다고 여겨지는 시점부터 데님 원단의 염색법이 달라진 무렵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빈티지 진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리바이스의 501이잖아요. 1장을 제외한 모든 장에 501을 중심으로 제조와 사양의 변모를 담았습니다. — 본문에서
옮긴이의 말 - 진의 이면에 존재하는 얼굴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블루진이 한 세기를 지나며어떻게 작업복 오버롤스에서 오늘날의 501XX 진으로 변모했고, 창업자 리바이 스트라우스와 재단사 제이컵 데이비스를 거치며 리바이스라는 회사가 어떠한 길을 걸었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여정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글들 사이에서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음을 「옮긴이의 말」을 쓰기 위해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서 비로소 알았다. 이 책에는 수많은 ‘노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진이 노동자의 작업복이라는 위치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리벳이 달린 진은 한 여성의 의뢰에서 비롯되었다. 노동자인 남편의 바지가 낡아 튼튼한 작업 바지를 만들어달라면서 재단사인 제이컵을 찾아온 여성. 이에 제이컵은 두꺼운 덕원단에 구리 리벳을 달아 아주 튼튼한 바지를 만들어주었고, 이것은 마부와 측량사들 사이로 퍼져나간다. 후에 제이컵과 리바이, 둘이 손을 잡으면서 지금 우리가 입는 청바지의 기본형이 탄생했다. 이후 리바이스는 공장을 마련하고 대량생산을 꾀하며 성장해간다. 그때부터 신문에 등장한 것이 바로 재봉틀 직공을 구하는 구인광고다. 처음에는 열 명, 쉰 명 등 소수의 숙련자를 모집하던 공고는 생산량이 증가하고 공장 수가 늘어날수록 생산과정을 세분화해 “걸스!”를 연호하며 젊은 직공을 모으기 시작한다. 『501XX는 누가 만들었는가』는 100년 세월을 관통하는 구인광고가 책 전반에 걸쳐 꾸준히 등장하는 책이기도 하다.
110~111쪽의 이미지는 그러한 노동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501이라는 제품번호가 등장하는 1897년 무렵 리바이스 공장의 광경. 루페로 보아야 겨우 가늠되는 두 남자(리바이와 제이컵으로 추정)와 힘껏 재봉틀을 밟으며 오버롤스를 만드는 여성 500명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전통적으로 옷 짓는 일이 여성의 일이었듯이, 오버롤스의 생산을 도맡은 이들도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 노동의 배경에는 노동자와 이민자를 도시로 불러들인 골드러시(1848)라는 역사적 사건과 함께 1867년의 대륙횡단 열차 개통에 바탕한 유통 변화, 1890년대 전기보급이 불러온 산업 변화도 있다. 이 밖에도 책 곳곳에 다양한 노동의 이야기가 놓여 있다. 리바이스에서 아이들의 오버롤스를 제작한 것은 당시 아이들이 중요한 노동자원이기 때문이었고, 2차 세계대전 중 정부의 물자규제로 아큐에이트 스티치의 오렌지색 실 대신 칠한 빨간 페인트는 여성 한 사람이 맡았으며, 값싼 아시아 노동자와 자리 잃은 백인 노동자가 갈등하던 대불황 시기의 리바이스 전단에는 ‘홈 인더스트리’란 문구가 찍혀 있다. 그러한 흔적들을 발견하며 내가 지금 입고 먹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 뒤에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존재함을 되새긴다. 멀게는 수백 년, 가깝게는 몇 년, 몇 달, 심지어 바로 어제를 살던 이들의 땀 어린 얼굴들 말이다. 그렇게 이 책은 내게 지은이가 말한 공업제품사에 더해 노동사로 자리 잡았다.
책소개
1873년 발명된 이래 지속적이며 폭발적인 생명력으로 사랑받아온 Levi's 501 진. 회사의 창립자이자 청바지의 아버지로 알려진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정작 진 만드는 데는 그리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구리리벳을 박아 말 두 마리가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도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청바지, 즉 기특한 워크웨어로 시작해 어느덧 입는 사람마다 그 해석과 적용으로 스타일 정립의 마법 재료가 된 501XX. 일상적인 움직임을 통해 한 사람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이를 먹는 동안, 그가 바라보고 겪어온 모험의 역사가 성실하게 누적된 ‘옷’은 때로는 그의 신체만큼이나 놀랍도록 우리 정신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501의 지독한 팬이자 성실한 빈티지 리서처인 아오타는 숨어 있던 여러 사료(리바이스의 구인광고까지…)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리바이스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사실보다, 전혀 몰랐던 사실, 어쩌면 영원히 몰라도 될 사실, 몰라도 입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사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알고 나서는 한 번 더 시선을 머물게 만드는 작디작은 진의 요소들, 원단의 작은 굴곡, 스티치의 미묘한 색상 등을 배우게 됩니다. 어쩌면 당신은 막연히 좋아하던 것에서 전혀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하고, 그제서야 진짜로 그것을 알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혹은 한층 좋아하는 마음을 다지게 될 것입니다. 이 애정은 우리가 가진 고작 한 장의 의류에서 150여 년의 역사를 감지하는 동안 스민 전리품이겠죠.
이 책은 리바이스 진에 관한 개인적인 조사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 공개된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특허와 상표, 당시 신문 광고 그리고 아주 운 좋게 구한 카탈로그 등을 통해 습득한 내용을 엮었습니다. 이 책은 187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친 약 100년간의 일을 다룹니다. 즉 블루진blue jeans이 탄생했다고 여겨지는 시점부터 데님 원단의 염색법이 달라진 무렵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빈티지 진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리바이스의 501이잖아요. 1장을 제외한 모든 장에 501을 중심으로 제조와 사양의 변모를 담았습니다. — 본문에서
옮긴이의 말 - 진의 이면에 존재하는 얼굴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블루진이 한 세기를 지나며어떻게 작업복 오버롤스에서 오늘날의 501XX 진으로 변모했고, 창업자 리바이 스트라우스와 재단사 제이컵 데이비스를 거치며 리바이스라는 회사가 어떠한 길을 걸었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여정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글들 사이에서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음을 「옮긴이의 말」을 쓰기 위해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서 비로소 알았다. 이 책에는 수많은 ‘노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진이 노동자의 작업복이라는 위치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리벳이 달린 진은 한 여성의 의뢰에서 비롯되었다. 노동자인 남편의 바지가 낡아 튼튼한 작업 바지를 만들어달라면서 재단사인 제이컵을 찾아온 여성. 이에 제이컵은 두꺼운 덕원단에 구리 리벳을 달아 아주 튼튼한 바지를 만들어주었고, 이것은 마부와 측량사들 사이로 퍼져나간다. 후에 제이컵과 리바이, 둘이 손을 잡으면서 지금 우리가 입는 청바지의 기본형이 탄생했다. 이후 리바이스는 공장을 마련하고 대량생산을 꾀하며 성장해간다. 그때부터 신문에 등장한 것이 바로 재봉틀 직공을 구하는 구인광고다. 처음에는 열 명, 쉰 명 등 소수의 숙련자를 모집하던 공고는 생산량이 증가하고 공장 수가 늘어날수록 생산과정을 세분화해 “걸스!”를 연호하며 젊은 직공을 모으기 시작한다. 『501XX는 누가 만들었는가』는 100년 세월을 관통하는 구인광고가 책 전반에 걸쳐 꾸준히 등장하는 책이기도 하다.
110~111쪽의 이미지는 그러한 노동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501이라는 제품번호가 등장하는 1897년 무렵 리바이스 공장의 광경. 루페로 보아야 겨우 가늠되는 두 남자(리바이와 제이컵으로 추정)와 힘껏 재봉틀을 밟으며 오버롤스를 만드는 여성 500명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전통적으로 옷 짓는 일이 여성의 일이었듯이, 오버롤스의 생산을 도맡은 이들도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 노동의 배경에는 노동자와 이민자를 도시로 불러들인 골드러시(1848)라는 역사적 사건과 함께 1867년의 대륙횡단 열차 개통에 바탕한 유통 변화, 1890년대 전기보급이 불러온 산업 변화도 있다. 이 밖에도 책 곳곳에 다양한 노동의 이야기가 놓여 있다. 리바이스에서 아이들의 오버롤스를 제작한 것은 당시 아이들이 중요한 노동자원이기 때문이었고, 2차 세계대전 중 정부의 물자규제로 아큐에이트 스티치의 오렌지색 실 대신 칠한 빨간 페인트는 여성 한 사람이 맡았으며, 값싼 아시아 노동자와 자리 잃은 백인 노동자가 갈등하던 대불황 시기의 리바이스 전단에는 ‘홈 인더스트리’란 문구가 찍혀 있다. 그러한 흔적들을 발견하며 내가 지금 입고 먹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 뒤에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존재함을 되새긴다. 멀게는 수백 년, 가깝게는 몇 년, 몇 달, 심지어 바로 어제를 살던 이들의 땀 어린 얼굴들 말이다. 그렇게 이 책은 내게 지은이가 말한 공업제품사에 더해 노동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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