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제목인 다트(Dart)는 영국 남서부 데번(Devon) 지역의 강 이름입니다. 관광객에게는 어트랙션이, 거주자에게는 생계를 돕는 터전이 되는 이 강은 지금 이 순간도 흐르고 있을 뿐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흘러왔습니다. 앨리스 오스월드는 3년간 강 주변에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강과 관계 맺는 생명체들의 언어를 수집했습니다. 카누 타는 사람, 보트 만드는 사람, 낙농업자, 자연학자, 하수 처리업자, 동네 아이들, 굴 따는 사람, 도보여행자가 강을 이야기하고, 강 앞에서 살고, 강의 물음, 때로는 혼잣말을 듣습니다. 이따금 이루어지는 대화에는 강에서 죽은 사람, 그리하여 강의 신랑이 된 사람, 언젠가 있었다고 믿어지는 전설 속 존재도 참여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한 편의 시를 읽고 다듬으면서 강이라는 자연이 인간 삶과 긴밀하다는 사실을, 따로 떨어진 채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이는 무슨무슨 주의를 통해 설명될 필요도 없는 자연임을 여러 차례 느꼈습니다.
다트는 동명의 강이 흐르는 풍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지역적으로 한정되기를 거부하며 정박되지 않고 흐릅니다. 강의 영적, 신화적 심상은 시를 읽는 동안 지역에 뿌리박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라는 물리를 초월하는 듯한 힘을 선물하는 것만 같습니다. 강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단편들, 그들의 조각난 발언들, 한 개체와 다른 개체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으며 제시되는 조각들은 시인의 놀이, 수리 작업을 통해 임시적으로 붙으며 브리콜라주(bricolage)를 이룹니다.
강이 시작되는 다트무어에서부터 바다로 흘러드는 여정까지 시는 강처럼 흐르고, 깊어졌다 얕아졌다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거듭합니다. “모든 목소리는 강의 웅얼거림으로 읽혀야 옳다.”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시를 읽어내려가는 우리들에게 ‘누가 말하고 누가 대답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물은 언제나 다른 자아(alter ego)를 데리고 오기에. 나는 이미 나 자체로 우리이며, 단일하거나 균질하지 않습니다. 그런 홀가분함을 느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언어를 쓰는 사람만이 흉내 내고 표현할 수 있는 강의 소리와 질감을 음미하는 것도 이 책의 즐거움일 것입니다. 다트의 물결과 풀어지는 진흙, 여기저기 튀어오르는 파열음을 감지하기를. 그렇게 우리는 언어도 시도 아닌 강을 통과하게 될 것입니다.
○글. 앨리스 오스월드 Alice Priscilla Lyle Oswald, 1966‒
버크셔 출신의 영국 시인으로 현재 데번에 산다. 우연히 존재하는 특별한 자연에 대해 쓰려고 한다. 정원가이기도 한 시인의 면모가 돋보이는 첫 시집 『The Thing in the Gap Stone Stile(돌문 틈 사이에 있는 것)』(1996)로 포워드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다트』(2002)는 그의 두 번째 시집으로, 더번을 흐르는 강 다트의 중얼거림을 풍부한 운율에 담은 산문시다. 오스월드는 집필을 위해 3년간 다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뱃사공, 하수도공, 산림관리인, 카누 타는 사람 등 강과 가까운 복수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다성적이며 몽환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소설가 재닛 윈터슨은 이 작품을 두고 빠른 물살로 흐르는 깊은 강처럼 움직이며 다름을 찬양하는 시라고 평했다. 이 작품으로 오스월드는 2002년 T. S. 엘리엇상을 수상했다. 세 번째 시집 『Woods etc.(나무들 외)』를 2005년 발표했고, 이후 『Dunt(던트)』(2007)로 포워드시문학상을, 『Weeds and Wild Flowers(풀과 들꽃)』(2009)로 테드휴즈상을 수상했다. 2005, 2006년에는 편집자로서 영국 자연주의 시인인 존 클레어(1793‒1864)와 정치가로 더 알려진 토머스 와이어트(1503‒1542)의 시선집을 새로이 엮어 소개했다. 호머의 일리아드를 재해석한 『Memorial(메모리얼)』(2011)에는 워릭 문학상이, 자연 생명에의 연민과 상상을 담은 『Falling Awake(깨어나기)』(2016)에는 그리핀 시문학상이 주어졌다. 열한 권의 시집을 발표해오는 동안 그는 줄곧 같은 관심, 즉 생태, 지역, 음악을 언어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 편집. 김미래
○ 옮긴이. 홍한별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지은 책으로 『아무튼, 사전』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공저), 옮긴 책으로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라라와 태양』 『달빛 마신 소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호텔 바비즌』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 『모든 것을 본 남자』 등이 있다. 『밀크맨』으로 제1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시의 제목인 다트(Dart)는 영국 남서부 데번(Devon) 지역의 강 이름입니다. 관광객에게는 어트랙션이, 거주자에게는 생계를 돕는 터전이 되는 이 강은 지금 이 순간도 흐르고 있을 뿐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흘러왔습니다. 앨리스 오스월드는 3년간 강 주변에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강과 관계 맺는 생명체들의 언어를 수집했습니다. 카누 타는 사람, 보트 만드는 사람, 낙농업자, 자연학자, 하수 처리업자, 동네 아이들, 굴 따는 사람, 도보여행자가 강을 이야기하고, 강 앞에서 살고, 강의 물음, 때로는 혼잣말을 듣습니다. 이따금 이루어지는 대화에는 강에서 죽은 사람, 그리하여 강의 신랑이 된 사람, 언젠가 있었다고 믿어지는 전설 속 존재도 참여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한 편의 시를 읽고 다듬으면서 강이라는 자연이 인간 삶과 긴밀하다는 사실을, 따로 떨어진 채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이는 무슨무슨 주의를 통해 설명될 필요도 없는 자연임을 여러 차례 느꼈습니다.
다트는 동명의 강이 흐르는 풍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지역적으로 한정되기를 거부하며 정박되지 않고 흐릅니다. 강의 영적, 신화적 심상은 시를 읽는 동안 지역에 뿌리박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라는 물리를 초월하는 듯한 힘을 선물하는 것만 같습니다. 강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단편들, 그들의 조각난 발언들, 한 개체와 다른 개체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으며 제시되는 조각들은 시인의 놀이, 수리 작업을 통해 임시적으로 붙으며 브리콜라주(bricolage)를 이룹니다.
강이 시작되는 다트무어에서부터 바다로 흘러드는 여정까지 시는 강처럼 흐르고, 깊어졌다 얕아졌다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거듭합니다. “모든 목소리는 강의 웅얼거림으로 읽혀야 옳다.”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시를 읽어내려가는 우리들에게 ‘누가 말하고 누가 대답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물은 언제나 다른 자아(alter ego)를 데리고 오기에. 나는 이미 나 자체로 우리이며, 단일하거나 균질하지 않습니다. 그런 홀가분함을 느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언어를 쓰는 사람만이 흉내 내고 표현할 수 있는 강의 소리와 질감을 음미하는 것도 이 책의 즐거움일 것입니다. 다트의 물결과 풀어지는 진흙, 여기저기 튀어오르는 파열음을 감지하기를. 그렇게 우리는 언어도 시도 아닌 강을 통과하게 될 것입니다.
○글. 앨리스 오스월드 Alice Priscilla Lyle Oswald, 1966‒
버크셔 출신의 영국 시인으로 현재 데번에 산다. 우연히 존재하는 특별한 자연에 대해 쓰려고 한다. 정원가이기도 한 시인의 면모가 돋보이는 첫 시집 『The Thing in the Gap Stone Stile(돌문 틈 사이에 있는 것)』(1996)로 포워드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다트』(2002)는 그의 두 번째 시집으로, 더번을 흐르는 강 다트의 중얼거림을 풍부한 운율에 담은 산문시다. 오스월드는 집필을 위해 3년간 다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뱃사공, 하수도공, 산림관리인, 카누 타는 사람 등 강과 가까운 복수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다성적이며 몽환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소설가 재닛 윈터슨은 이 작품을 두고 빠른 물살로 흐르는 깊은 강처럼 움직이며 다름을 찬양하는 시라고 평했다. 이 작품으로 오스월드는 2002년 T. S. 엘리엇상을 수상했다. 세 번째 시집 『Woods etc.(나무들 외)』를 2005년 발표했고, 이후 『Dunt(던트)』(2007)로 포워드시문학상을, 『Weeds and Wild Flowers(풀과 들꽃)』(2009)로 테드휴즈상을 수상했다. 2005, 2006년에는 편집자로서 영국 자연주의 시인인 존 클레어(1793‒1864)와 정치가로 더 알려진 토머스 와이어트(1503‒1542)의 시선집을 새로이 엮어 소개했다. 호머의 일리아드를 재해석한 『Memorial(메모리얼)』(2011)에는 워릭 문학상이, 자연 생명에의 연민과 상상을 담은 『Falling Awake(깨어나기)』(2016)에는 그리핀 시문학상이 주어졌다. 열한 권의 시집을 발표해오는 동안 그는 줄곧 같은 관심, 즉 생태, 지역, 음악을 언어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 편집. 김미래
○ 옮긴이. 홍한별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지은 책으로 『아무튼, 사전』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공저), 옮긴 책으로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라라와 태양』 『달빛 마신 소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호텔 바비즌』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 『모든 것을 본 남자』 등이 있다. 『밀크맨』으로 제1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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