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흐름’ 시리즈 마지막 10권,『새벽과 음악』
첫 번째 시집『아마도 아프리카』부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인 이제니의 첫 산문집『새벽과 음악』이 출간되었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기도 하다.
『새벽과 음악』은 음악과 함께 글쓰기의 실존적 고독을 건너온 시인의 내면적 고백인 동시에 ‘새벽’과 ‘음악’을 경유하여 도착한 한 권의 시론집이기도 하다. 책에 실린 스물네 편의 글을 통해 시인은 “회상과 상상의 교집합 속에 숨어 있는 비의 가득한 기억의 편린들”을 섬세하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출렁이는 ‘새벽’과 타오르는 ‘음악’을 간직한 그 모든 당신들을 호명하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중첩된 채로, 낱낱의 사물과 풍경이 또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이식되는 순간을 그려내면서,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책 본문에 QR코드로 실은 두 개의 플레이스트(‘새벽 낚시를 위한 플레이리스트’와 ‘불면의 밤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는 깊은 새벽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작가의 솔로 연주와도 같다. 불면의 새벽을 건너는 당신 곁에서 오래 이어지는 잔음으로 머물기를 바라면서. 문득 하나의 마음으로 연결되는 경이의 순간을 마주하기를 바라면서.
‘새벽’과 ‘음악’ 아래서 밤새워 듣고 싶은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의 호흡과 박동들
음악이 새벽의 글쓰기가 되기까지
첫 시집을 내고 난 다음 해 겨울. 시인은 이전과 같은 것은 쓸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멀리 가면 무언가 다른 것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렇게 시인은 시베리아로 떠난다.『새벽과 음악』은 시베리아로 떠나면서 사고를 겪게 된 이야기 ‘체첵’으로 시작하여 총 2부로 구성, 각각 12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1부는 ‘아주 사소한 구멍’과 ‘아주 작은 틈새’ 사이에 숨어 있었던 시인의 ‘고독’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의 새벽 일기에선 눈물처럼 쏟아지는 음악에 대해서 말하고, 어느 새벽엔 오래전 건네받은 슬픔으로 가득한 플레이리스트를 떠올리며 미요시 다쓰지의 시를 읽기도 한다. 말기 암 선고를 받고 두 달도 안 되어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지극한 글도 실려 있다. 오래된 불면증의 나날들, 록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록 음악에 심취했던 이십 대 시절, 음악 속에서 미래를 꿈꾸었던 젊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파리의 마레 지구에서 루브르 박물관까지, 몽마르트르 언덕과 뤽상부르 공원까지, 목적도 약속도 없이 걸었던 여행의 나날들, 돌아가신 엄마의 방을 정리하는 일화를 통해 부재하는 채로 존재하는 것들의 흔적을 담담히 보여준다. 하나의 이미지로, 하나의 어감으로 되풀이하여 돌아오는, 어떤 신비로 남은 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유년의 장소인 ‘마전’에 대해서도. 시인은 과거인 동시에 현재이고, 현재인 동시에 미래인 시공간을 걸어나가면서 희미한 잔상으로 남은 순간의 감정과 감각을 생생한 질감으로 구현해낸다.
어떤 주제나 소재를 찾으려고 굳이 애쓰지 않으면서, 무엇을 쓰는지 모르는 채로 써 내려가는 것. 삶에 대한 애정을 견지하면서. 재능과 용기를 끝없이 불러내면서.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조금씩 써 나간다는 것. _본문 중에서
순간순간의 기억을 이야기했던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시론으로써의 성격이 강한 글들이 담겨 있다. 고독과 병증에서 출발하는 글쓰기, 개인의 가장 허약한 지점에서 떠오르는 글쓰기. 고통과 상처들, 자신에게조차 밝혀지지 않은 심연의 밑바닥으로부터 출발하는 글쓰기. 시인은 말한다. “무뎌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늙어간다”고, “그렇기에 오늘도 다시 글쓰기로 나아간다”고. 시인은 오랜 새벽의 나날, 자신의 글쓰기와 함께했던 이미 죽은 작가들의 이름을 불러낸다. 글렌 굴드와 조지아 오키프, 몽파르스나스 묘지에서 만났던 보들레르와 이오네스코와 사뮈엘 베케트까지. 묘지에서의 작별 인사는 시인의 글쓰기를 한 발 더 나아가게 하는 새로운 음악적 호흡으로 되살아난다.
‘말들의흐름’ 시리즈 마지막 10권,『새벽과 음악』
첫 번째 시집『아마도 아프리카』부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인 이제니의 첫 산문집『새벽과 음악』이 출간되었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기도 하다.
『새벽과 음악』은 음악과 함께 글쓰기의 실존적 고독을 건너온 시인의 내면적 고백인 동시에 ‘새벽’과 ‘음악’을 경유하여 도착한 한 권의 시론집이기도 하다. 책에 실린 스물네 편의 글을 통해 시인은 “회상과 상상의 교집합 속에 숨어 있는 비의 가득한 기억의 편린들”을 섬세하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출렁이는 ‘새벽’과 타오르는 ‘음악’을 간직한 그 모든 당신들을 호명하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중첩된 채로, 낱낱의 사물과 풍경이 또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이식되는 순간을 그려내면서,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책 본문에 QR코드로 실은 두 개의 플레이스트(‘새벽 낚시를 위한 플레이리스트’와 ‘불면의 밤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는 깊은 새벽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작가의 솔로 연주와도 같다. 불면의 새벽을 건너는 당신 곁에서 오래 이어지는 잔음으로 머물기를 바라면서. 문득 하나의 마음으로 연결되는 경이의 순간을 마주하기를 바라면서.
‘새벽’과 ‘음악’ 아래서 밤새워 듣고 싶은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의 호흡과 박동들
음악이 새벽의 글쓰기가 되기까지
첫 시집을 내고 난 다음 해 겨울. 시인은 이전과 같은 것은 쓸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멀리 가면 무언가 다른 것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렇게 시인은 시베리아로 떠난다.『새벽과 음악』은 시베리아로 떠나면서 사고를 겪게 된 이야기 ‘체첵’으로 시작하여 총 2부로 구성, 각각 12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1부는 ‘아주 사소한 구멍’과 ‘아주 작은 틈새’ 사이에 숨어 있었던 시인의 ‘고독’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의 새벽 일기에선 눈물처럼 쏟아지는 음악에 대해서 말하고, 어느 새벽엔 오래전 건네받은 슬픔으로 가득한 플레이리스트를 떠올리며 미요시 다쓰지의 시를 읽기도 한다. 말기 암 선고를 받고 두 달도 안 되어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지극한 글도 실려 있다. 오래된 불면증의 나날들, 록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록 음악에 심취했던 이십 대 시절, 음악 속에서 미래를 꿈꾸었던 젊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파리의 마레 지구에서 루브르 박물관까지, 몽마르트르 언덕과 뤽상부르 공원까지, 목적도 약속도 없이 걸었던 여행의 나날들, 돌아가신 엄마의 방을 정리하는 일화를 통해 부재하는 채로 존재하는 것들의 흔적을 담담히 보여준다. 하나의 이미지로, 하나의 어감으로 되풀이하여 돌아오는, 어떤 신비로 남은 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유년의 장소인 ‘마전’에 대해서도. 시인은 과거인 동시에 현재이고, 현재인 동시에 미래인 시공간을 걸어나가면서 희미한 잔상으로 남은 순간의 감정과 감각을 생생한 질감으로 구현해낸다.
어떤 주제나 소재를 찾으려고 굳이 애쓰지 않으면서, 무엇을 쓰는지 모르는 채로 써 내려가는 것. 삶에 대한 애정을 견지하면서. 재능과 용기를 끝없이 불러내면서.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조금씩 써 나간다는 것. _본문 중에서
순간순간의 기억을 이야기했던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시론으로써의 성격이 강한 글들이 담겨 있다. 고독과 병증에서 출발하는 글쓰기, 개인의 가장 허약한 지점에서 떠오르는 글쓰기. 고통과 상처들, 자신에게조차 밝혀지지 않은 심연의 밑바닥으로부터 출발하는 글쓰기. 시인은 말한다. “무뎌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늙어간다”고, “그렇기에 오늘도 다시 글쓰기로 나아간다”고. 시인은 오랜 새벽의 나날, 자신의 글쓰기와 함께했던 이미 죽은 작가들의 이름을 불러낸다. 글렌 굴드와 조지아 오키프, 몽파르스나스 묘지에서 만났던 보들레르와 이오네스코와 사뮈엘 베케트까지. 묘지에서의 작별 인사는 시인의 글쓰기를 한 발 더 나아가게 하는 새로운 음악적 호흡으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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