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편집자 일을 해오면서, 가끔 목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는 나무를 사랑하는 나는, 결국 나무를 베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요. 뿌리내린 그대로 있는 나무에 기대고 싶은 요즘입니다. 보통 한 권의 책에는 한 사람의 작가가 담깁니다. 일관적인 한 사람 몫의 페르소나가. 하지만 나의 친구를 떠올려보면 그렇지 않죠. 친구가 미웠다가 존경스러웠다가, 또 다른 나인가 싶다가도 불가해지죠.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이 친구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잘 요약되지 않고, 그림체도 들쭉날쭉, 같은 사람이 그렸는지, 같은 사람이 쓴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다양한. 친구 같은 책을 소개해서, 친구를 늘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들에게 부탁했어요. 누락하거나 탈락시키지 말고, 그냥 이제껏 창작해오면서 쌓인 부산물 같은 걸 그저 쌓아달라고요. 베어낸 나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나무 곁에 돋은 버섯들을 뜯어다가, 독자에게 대접하는, 그런 단편집의 시리즈랄까요. (편집자 선배들의 꾸지람이 들려오는 것 같은데!)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책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편집되지 않은 책입니다. 그래도 회고전도 아닌 데서 늙지 않은 작가의 온 생 전체를 조망하는 일에 흥미가 돋지 않으시나요? 친구의 졸업앨범을 펼치듯, 완성된 연보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생활을 따끈하게 읽는 경험을 권합니다.
설명 과잉의 시대에 도착한 아포리즘: 조재연 『샴페인 슈퍼노바』 어쩜 이렇게 거침없고 파워풀할까. 그의 SNS를 보는 저의 눈은 항상 경이로 차 있었습니다. 조재연에게 칸은 그를 억누르는 틀이 아닙니다.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만들었다 없앴다, 그는 꼭 신마냥 전능합니다. 형식적 밀도에 대한 집착도, 작화의 완성도를 향한 강박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형식의 자유로움만 보자면 여느 공감툰이나 인스타툰과 닮은 듯하지만, 결코 닮지 않았기도 합니다. 그의 만화에는 늘 서사가 있었거든요. 이야기를 연다, 펼친다, 닫는다 — 그 이야기꾼의 예식이 생략되는 법은 없었습니다. 편집하고 싶지 않은 편집자가 재연 앞에서 멈추지 못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는 독촉할 필요 없이 생산해냅니다. 처음엔 볼륨에, 함께 일하는 동안엔 속도에 감탄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가 아닌 '완성주의자'라고 부릅니다. 만든 것으로 그만, 다듬다 영영 내놓지 못하느니 일단 완성하여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고요.
조재연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 있다. 학창 시절에는 옷을 사는 대신 입고 싶은 옷을 그리며 그림을 시작했다. 같은 곳과 같은 하루가 반복되던 재수 시절에는 매일 다른 옷을 입은 자신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온라인에 데일리룩과 짧은 일기를 올렸고, 꾸준한 발행 끝에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은 그림과 만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 역시 따라왔다.
현재는 만화와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지만, 전공은 문헌정보학이다. 전공수업에서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은 첫 만화 작업으로 이어졌고, 이후 여러 단편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영역으로 관심을 넓혀갔다. 그림의 완성도보다 감정과 장면이 만화라는 서사로 어떻게 연출되는지에 더 끌리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짧은 일기에서 창작을 시작한 이래, 점차 허구와 이야기 쪽으로 관심과 재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만화집은 조재연의 첫 이야기집이다.











책소개
편집자 일을 해오면서, 가끔 목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는 나무를 사랑하는 나는, 결국 나무를 베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요. 뿌리내린 그대로 있는 나무에 기대고 싶은 요즘입니다. 보통 한 권의 책에는 한 사람의 작가가 담깁니다. 일관적인 한 사람 몫의 페르소나가. 하지만 나의 친구를 떠올려보면 그렇지 않죠. 친구가 미웠다가 존경스러웠다가, 또 다른 나인가 싶다가도 불가해지죠.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이 친구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잘 요약되지 않고, 그림체도 들쭉날쭉, 같은 사람이 그렸는지, 같은 사람이 쓴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다양한. 친구 같은 책을 소개해서, 친구를 늘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들에게 부탁했어요. 누락하거나 탈락시키지 말고, 그냥 이제껏 창작해오면서 쌓인 부산물 같은 걸 그저 쌓아달라고요. 베어낸 나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나무 곁에 돋은 버섯들을 뜯어다가, 독자에게 대접하는, 그런 단편집의 시리즈랄까요. (편집자 선배들의 꾸지람이 들려오는 것 같은데!)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책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편집되지 않은 책입니다. 그래도 회고전도 아닌 데서 늙지 않은 작가의 온 생 전체를 조망하는 일에 흥미가 돋지 않으시나요? 친구의 졸업앨범을 펼치듯, 완성된 연보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생활을 따끈하게 읽는 경험을 권합니다.
설명 과잉의 시대에 도착한 아포리즘: 조재연 『샴페인 슈퍼노바』 어쩜 이렇게 거침없고 파워풀할까. 그의 SNS를 보는 저의 눈은 항상 경이로 차 있었습니다. 조재연에게 칸은 그를 억누르는 틀이 아닙니다.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만들었다 없앴다, 그는 꼭 신마냥 전능합니다. 형식적 밀도에 대한 집착도, 작화의 완성도를 향한 강박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형식의 자유로움만 보자면 여느 공감툰이나 인스타툰과 닮은 듯하지만, 결코 닮지 않았기도 합니다. 그의 만화에는 늘 서사가 있었거든요. 이야기를 연다, 펼친다, 닫는다 — 그 이야기꾼의 예식이 생략되는 법은 없었습니다. 편집하고 싶지 않은 편집자가 재연 앞에서 멈추지 못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는 독촉할 필요 없이 생산해냅니다. 처음엔 볼륨에, 함께 일하는 동안엔 속도에 감탄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가 아닌 '완성주의자'라고 부릅니다. 만든 것으로 그만, 다듬다 영영 내놓지 못하느니 일단 완성하여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고요.
조재연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 있다. 학창 시절에는 옷을 사는 대신 입고 싶은 옷을 그리며 그림을 시작했다. 같은 곳과 같은 하루가 반복되던 재수 시절에는 매일 다른 옷을 입은 자신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온라인에 데일리룩과 짧은 일기를 올렸고, 꾸준한 발행 끝에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은 그림과 만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 역시 따라왔다.
현재는 만화와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지만, 전공은 문헌정보학이다. 전공수업에서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은 첫 만화 작업으로 이어졌고, 이후 여러 단편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영역으로 관심을 넓혀갔다. 그림의 완성도보다 감정과 장면이 만화라는 서사로 어떻게 연출되는지에 더 끌리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짧은 일기에서 창작을 시작한 이래, 점차 허구와 이야기 쪽으로 관심과 재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만화집은 조재연의 첫 이야기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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