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선

 
 

 20,000

220mm X 300mm
144 pages
글: 서지형, 그림: 유금분, 조남갑
케이스스터디

상품 설명

“할머니와 함께 그리는 드로잉 안내서 <흔들리는 선>”

<흔들리는 선>은 생애 처음 그리기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현대미술 즐겁게 익히는 법을 제시하는 책으로 <의자와 낙서> 저자의 두 번째 드로잉 안내서다. 몸이 불편해진 75세 할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그려낸 ‘흔들리는 선’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요즘 손이 자꾸 떨려. 영 실패 같아”라고 말하는 할머니와 함께 저자는 흔들리는 선이 왜 아름다운지, 어떻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지 대화하며 그림을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안 그리는 사람은 있어도, 못 그리는 사람은 없다”고 자주 이야기하는 저자는 일반인도 부담 없이 그림을 시도할 수 있도록 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그리기 방법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흔들리는 선>의 가장 큰 묘미는 무엇보다도 그리기 재료에 있다. 손주가 사용하다 남은 재료, 집안의 반려 식물, 장바구니의 대파, 냉장고 속 케첩, 밥솥에 남은 흑미밥 등 흔히 지나치기 쉬운 주변 재료로 그림을 그린다. 눈이 침침하면 침침한 대로 그리고 몸이 힘들면 누워서 그려도 좋다.

<흔들리는 선>은 잘 그린 그림을 선보이기 위한 책이 아니므로 한 번에 그린 그림들을 별도의 선별 과정 없이 담아냈다. 이로써 저자는 지금의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언젠가 노년이 될 우리 모두 그리기를 통해 새로운 호기심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드로잉 아티스트 이건용의 인터뷰가 부록으로 수록되고 전문이 국영문 병기된 한편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자인 스튜디오 타입페이지의 북디자인을 통해 만듦새 측면에서도 이 책은 ‘드로잉이란 무엇인지’ 다각도로 느낄 수 있도록 독특한 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책속의 문장

요즘은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보여주는 그리기 강의가 정말 많아요.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글로 읽는 것보다 피로감도 덜해서 장점이 분명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선”을 책으로 펴내는 이유는 ‘느릿느릿한 상상력에 대한 경험’을 위해서입니다. 영상이 즉각적으로 보고 따라 하는 즐거움을 준다면, 책은 느리지만 무언가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상상력을 끌어내기에 더없이 좋거든요. 정답은 없어요. 제가 흐릿한 점, 번지는 색, 뾰족한 세모, 흔들리는 선을 말해도 각자의 머릿속에서는 모두 다르게 그려질 겁니다.
– 7~8쪽, <들어가는 글> 중에서

연필 하나만으로도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고 나면 어르신들도 당신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한 신체 변화가 더 이상 단점이 아니라는 걸 아실 거예요. 각자 가진 조건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만들고 느껴봅시다.
– 20쪽, <1-2. 희뿌연 점> 중에서

‘밀도’라는 단어는 그리기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쉽게 말하자면, 요리를 할 때 다양한 재료로 조리하는 것과 비슷해요. 볶음 요리를 할 때 여러 가지 재료를 넣으면 맛도 훨씬 풍부해지고 빛깔도 고와지잖아요. 요리처럼 그림을 그릴 때도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사용하면 보는 즐거움이 더해진답니다.
물감이 마르지 않았다면 마르기를 기다리지 말고 건조한 부분을 찾아 여기저기 그려봐도 좋아요. 그리는 순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러니 겁낼 필요도 없지요.
– 28쪽, <2-1. 내가 좋아하는 색> 중에서

긴 그림에 대해 설명을 듣고 붓을 든 할머니는 금세 손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실패구나”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긴 그림을 그리다 선 사이에 우는 모습도 그리셨네요. 속상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셨나 봅니다.
옆에 있는 즐거운 할아버지도 같이 우는 얼굴을 그립니다. 선 사이에 등장한 우는 얼굴을 보면서 우리는 웃었습니다. 아름다움도 찾아냈지요. 그림을 마무리하고 벽에 길게 붙여 놓고는 꽤 오랫동안 감상했습니다. 예술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멋지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 80쪽, <5-2. 길고 긴 그림> 중에서

하지만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제가 의도한 대로 “흔들리는 선”을 잘 읽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희미하게 아는 것은 정확하게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의 상태이기도 하니까요. ‘정해진 답을 고르는 배움’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제 그리기를 통해 ‘새로운 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력’을 익혀 봅시다.
– 106쪽, <7-2. 자주 그리기> 중에서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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