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고] 우먼 디자인

 
 

 26,000

200mm X 240mm
228 pages
민음사

* 양장

상품 설명

여성이 디자인한 세상의 아름다움!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건축, 산업, 그래픽 디자인을 이끌어 온
선구적 여성 디자이너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일하는 여성으로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가 고민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_양으뜸(그래픽 디자이너,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19세기 디자인 학교에서 21세기 IT 업계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디자인 분야의 역사 도처에 존재해 왔다. 그러나 편견을 뚫고 역사에 성취를 기록한 극소수의 인물을 제외하면 우리 대부분은 이 여성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디자인 역사 연구자이자 작가, 큐레이터인 리비 셀러스는 이들의 업적과 삶을 조명함으로써 온전한 디자인사(史)의 회복을 시도하며, 젠더의 소외를 초래한 맥락을 고찰해 현재까지 존속하는 디자인 산업 안팎의 불합리를 드러내고자 한다. 『우먼 디자인』은 한 분야의 온당한 진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발견의 과업을 수행할 뿐 아니라, 집필 및 번역에서 인포그래픽에 이르기까지 여성 작업자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책이다.

■ 디자인 산업의 말단에서 최상부까지

도처에 존재해 온 여성 실무자들의 역사를 회복하다

우리는 현대의 얼굴을 건설한 이들의 이름을 쉽게 댈 수 있다. 르코르뷔지에, 미스 판 데어 로에, 렘 콜하스나 안도 다다오 같은 남성들의 이름 말이다. 디자인이나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여기에 소수의 여성들을 추가할 수도 있겠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건축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전 자하 하디드나 부부 디자이너 중 아내인 레이 임스, 브래드 피트와의 스캔들로 구설수에 오른 네리 옥스만 등등.

그러나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디자인, 건축계에도 늘 여성들이 있었다. 이중에는 ‘남성적’인 것으로 여겨진 분야에 도전장을 던지고 실력을 입증해 인정받거나 독보적 업적으로 편견을 부수고 스타가 된 사람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능한 실무자로 활동하거나 시대의 곡절로 인해 기억에서 지워진 이들도 있다. 어느 쪽이건 이들의 기여를 지우고서는 디자인 산업의 역사를 온전히 그릴 수 없다.

디자인 사가(史家)이자 작가, 큐레이터인 리비 셀러스는 『우먼 디자인』에서 실제보다 축소되거나 무시된 여성 디자이너들의 업적을 조명해 디자인 역사의 풍요를 회복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리고 왜 이들이 역사적, 제도적으로 소외되었는지 그 맥락을 고찰해 설명을 제공하고자 한다. 위상의 재조명 대상이 된 이들이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장벽 대부분은 디자인 비평가 앨리스 로스던의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된다.

“간단히 대답하자면 다른 모든 업계에서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과 똑같은 문제 때문이겠죠. 자신감과 권리의 결여, 그리고 대다수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자들의 반감 말이에요. 의뢰인 대부분은 남성이랍니다.”

■ 진보의 기치 위에서 발전해 왔으나

가부장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디자인 산업과

각자의 방식으로 그에 맞선 여성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꼽히는 샤를로트 페리앙이 르코르뷔지에의 작업실에서 일하고자 했을 때, 그가 르코르뷔지에로부터 돌려받은 거만한 대꾸는 잘 알려져 있다. “여기는 쿠션에 자수나 놓는 곳이 아닌데요.” 1956년 TV 방송인 알린 프랜시스는 「홈 쇼」의 시청자들에게 레이 임스를 “디자이너 찰스 임스의 배우자”로서만 소개한다.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을 때, 공동 작업자인 벤투리의 아내 스콧 브라운은 수상 이유에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

이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직면해야 했던 장벽의 예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모더니즘의 태동과 궤를 같이하며 20세기 초에 본격적으로 전문화된 산업 디자인 업계는 바우하우스에 여학생을 대거 받아들이는 등 젠더 측면에서 일견 진보적 제스처를 취하는 듯했다. 그러나 성 평등을 공개 표방한 바우하우스조차도 알고 보면 비공식적 여성 입학 할당제를 도입하고 직물 디자인처럼 덜 ‘도발적인’ 분야를 여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가부장적 선입견을 공고화했다.

이런 환경에서 재능 있는 여성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자하 하디드나 노마 메릭 스클레억처럼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태도로 업계의 보수성을 돌파하거나, 아이노 마르시오알토나 렐라 비녤리처럼 남편의 공동 작업자로서 이름을 남기거나, 직물 ‧ 생활용품 디자인 혹은 장식 미술 등 ‘여성적인’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식이었다. 편견과 유리 천장 외에도 이들에게는 멘토나 역할 모델이 되어 줄 사람이 거의 없다는 한계가 있었으며, 여성인 데다 유색 인종이기까지 하다면 그 일거수일투족이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많은 여성이 이러한 한계를 짊어진 채 확고한 의지와 재능을 발휘해 좌시할 수 없는 업적을 쌓았다. 그리고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실무자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뒤에 올 여성들에게 유산을 남겼다. 성공한 이들은 ‘여성’이라는 틀로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바로 그 상징성 때문에 자신이 다음 세대에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가장 성공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자하 하디드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내가 다른 여성들에게 그들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란 걸 잘 알아요.”

■ 여성 작업자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책

‘우먼 디자인’은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선구자들의 업적에도, 디자인 업계가 넘어야 할 편견의 벽은 여전히 공고하다. 2015년 영국 디자인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 내 디자인 노동력의 78퍼센트가 남성, 22퍼센트가 여성이다. 2012년 ‘여성 건축가들’ 단체가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대중 건축 강좌 일흔세 개 중 62퍼센트는 여성 강연자가 한 명 이하였다. 많은 연구가 디자인 업계에 여전히 양성 간의 급여 불균형,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 직장 내의 간접 차별이 존재함을 지적하고 있다.

『우먼 디자인』은 이에 대해 스스로의 물성 자체를 이용해 목소리를 내는 책이다. 『우먼 디자인』의 원서 본문에는 아멜리에 보네와 프란체스카 볼로니니가 포함된 팀이 만든 악티브 그로테스크 서체가 사용되었다. 면지에는 디자이너 세라 올베리가 영국 디자인 업계의 불평등에 관한 통계를 바탕으로 제작한 인포그래픽이 수록되어 있다.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한국어판의 경우 여성 번역자와 편집자, 디자이너가 작업했으며, 표지와 각 챕터의 제목에는 여성 타이포그래퍼 함민주의 서체 둥켈산스를 사용했다.

“성 중립이 화두가 된 이 시대에 디자인에서 여성의 역할을 논하는 것이 유의미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단호히 “물론”이라고 답한다. 여성의 업적은 그 어떤 분야에서도 충분히 이야기된 적이 없으며, 젠더에 가해진 억압을 짚지 않고서 재능의 순수한 성취를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먼 디자인』은 여전히 요원한 이 도정에 이정표를 세우며 지속적 탐구를 독려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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